이미지 크게보기 A 누리디노프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왼쪽 두 번째) 회장이 현지 관람객들과 함께 타슈켄트 아트갤러리에 전시된 한국 민화를 살펴보고 있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국악인 윤해린 씨의 거문고 축하연주 모습.

- 민화협회, 中·美·이집트·칠레 이어 우즈베크서 전시회

타슈켄트 갤러리서 60여점 전시
언론·예술인 100여명 개막관람
강렬한 색채감·해학성에 ‘감탄’
약리·화조·해태圖 현지에 기증
우즈베크와 예술교류 MOU도

12일부턴 伊 밀라노서 전시회

최근 잇달아 해외 전시를 개최하며 문화 한류의 최전선에 선 ‘한국 민화’가 실크로드 경유지로 유명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 우즈베키스탄도 화려한 색감으로 물들였다. 한국민화협회가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아트갤러리에서 연 회원전에 현지 예술 관계자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타슈켄트 아트갤러리는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회장 A 누리디노프)가 운영하는 전시장으로 엄재권 한국민화협회 장의 작품 ‘봉황도’와 금광복 협회 상임고문의 ‘모던타이거’ 그리고 부회장단의 정영애 작가 등 타슈켄트 전시 행사를 위해 동행한 협회 회원 27명의 작품 60여 점이 전시됐다. 전시 작품 중 엄 회장과 남윤희·박진명·조영옥 부회장, 일부 작가의 그림은 현지 협회와 미술관 등에 기증되기도 했다. 개막일 전시장을 찾은 현지인들은 특히 민화의 파격적인 화면 구성과 원색의 강렬한 색채감, 해학적인 내용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6월 22일 전시 개막식 날 축사에 이어 민화 작품을 자세히 감상한 누리디노프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 회장은 “한국과는 정치 경제적으로도 우호적인데 문화적으로도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 너무 기쁘다”며 “2019년 4월 타슈켄트에서 열리는 국제예술콘퍼런스 전시에 별도의 한국 부스를 마련할 테니 꼭 참석해 좋은 작품을 선보여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국민화협회는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민화를 세계인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중국 홍콩(2009년), 광저우(廣州·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2013년, 2014년), 이집트(2016년), 칠레(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2017년)에서 전시를 열었고, 올해에만도 우즈베키스탄 전에 이어 밀라노(7월 12∼19일) 전시가 열린다. 또 내년에는 미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낭트에서의 전시도 예정돼 있다.

이처럼 해외에서 현지인들의 호응 속에 연이어 민화 전시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민화만이 지닌 경쟁력 때문이다. 실제로 민화는 문인화, 수묵화와 달리 화려한 안료로 그린 채색화로 소재와 주제 면에서 그 어떤 그림보다도 분명히 한국적인 변별력을 지닌 그림이다.

개막식 날 축하공연을 위해 타슈켄트 아트갤러리를 찾아 ‘다스름’과 ‘한갑득류 거문고산조’를 연주한 국악연주단 ‘현성가인’의 윤해린 대표는 “오랜 역사를 통해 면면히 이어온 우리 민화의 아름다운 색채와 절제된 문양들이 고구려의 악기 거문고 선율과 똑 닮았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민화협회와 우즈베키스탄 예술아카데미는 6월 28일 현지에서 양국 간 문화예술 관계를 심화하고, 공동으로 문화예술 활동 활성화와 창작, 보존·연구와 대중화에 힘쓰겠다는 내용이 담긴 업무협약(MOU)을 교환하기도 했다.

현지 미술관 섭외를 한 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실장은 “우즈베키스탄은 자연, 유적, 민족, 박물관, 사람 등에서 실크만큼이나 다양한 색채를 지닌 소통과 교감의 땅”이라며 “이번 전시와 현장 답사가 우리 민화인에게 창작의 새로운 모티브를 제공하기에 충분하리라 본다”고 생각을 밝혔다.

한편 6월 28일 전시를 마치며 협회의 이종숙, 홍인영, 정경화 작가는 각각 약리도와 화조도, 해태도 등 작품 한 점씩을 아트갤러리 측에 기증하며 “비록 한 점씩 단 세 점의 작품이지만 타슈켄트의 갤러리에 계속 걸려 우리 민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타슈켄트 = 글·사진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