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인간이니?…사람다움에 관한 로봇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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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극 ‘너도 인간이니?’는 로봇이 주인공이다. 그동안 MBC ‘보그맘’과 ‘로봇이 아니야’가 로봇을 내세웠지만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다. 이번엔 KBS가 로봇드라마에 도전했다. 최근에 인공지능이 대두되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과 공포가 커졌다. 대중정서와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로봇 소재를 외면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제작비의 한계 때문에 로봇을 제대로 그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너도 인간이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오로라 박사(김성령)는 재벌 2세와 결혼했지만 남편을 잃고 외아들 남신을 키우며 살아간다. 후계자가 필요한 재벌 회장 시아버지(박영규)는 남신(서강준)을 빼앗아 간다. 오로라 박사는 남신과 똑같은 로봇(서강준 1인 2역)을 만들어 마음을 달랜다. 어느 날 재벌 경영권 다툼 속에서 서종길 이사(유오성)의 음모로 남신이 혼수상태에 빠진다. 서종길로부터 남신을 지키기 위해 오로라 박사는 로봇 남신을 남신 대역으로 내세운다. 그렇게 세상으로 나온 로봇 남신이 사람들을 겪어가는 이야기다.

‘너도 인간이니?’라는 제목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로봇이 어느 순간 진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사람에게 사람의 자격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로봇과 사람을 구분하는 결정적인 특징이 무엇이냐고 작품은 묻는다. 결국 사람의 사람다움, 사람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재벌 회장은 오로지 재산 불릴 것만 생각하는 무자비한 사람이다. 며느리를 방치했다가 후계자가 필요해지니까 손자를 빼앗아 자기 뜻대로 로봇처럼 훈육한다. 서종길 이사는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재벌 2세를 암살하고, 3세까지 암살하려 한다. 인간들이 이렇게 비정한 반면에 로봇 남신은 인간의 소중함이란 가치를 실천한다. 로봇에게 입력된 로봇 3원칙 중에서 제1원칙이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이기 때문이다.

타인을 자기 욕망 충족을 위한 도구로 여기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모른 척하기도 하는 인간에 비해 로봇 원칙에 충실한 로봇 남신이 더 인간다운 존재 아닐까? 작품이 던지는 물음이다. 로봇을 통해 진짜 인간다움의 의미를 묻는 것이다. 이렇게 작품은 로봇 소재를 내세우긴 했지만 결국 인간을 말한다. 바로 이것이 ‘너도 인간이니?’가 제작비의 한계를 돌파한 방식이다.

의미를 따지면 이렇게 진지해질 수 있지만 작품 자체는 기본적으로 로맨스 구조다. 로봇이 초능력 남친의 계보를 잇는다.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tvN ‘화유기’ 등에서 모두 남주인공이 인간 아닌 존재로 초능력의 소유자였다. ‘너도 인간이니?’에서도 인간 아닌 남주인공이 초능력으로 여주인공을 지켜준다. 전형적인 로맨스물 설정인데 여주인공이 초반에 비호감 캐릭터였다는 점이 특이했다. 주인공이 비호감이면 인기를 끌지 못한다. 중반에 접어들면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 조력자로 바뀌고 로맨스도 시작되려 한다. 과연 여기에 시청자가 호응해 로봇 드라마 실패의 흑역사를 깰 수 있을까?

문화평론가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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