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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급작스럽게 바꾸면서 기업들이 떠안을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국내외의 각종 악재로 악전고투 중인 기업에 날아든 또 하나의 폭탄이다.
한국은 2015년 12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의 37%, 3억1500만t을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국내에서 25.7%, 해외에서는 11.3% 줄인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28일 공개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통해 해외 감축량을 1.9%로 확 낮추고, 나머지를 국내 배출분으로 돌렸다. 국내에서 줄여야 할 양은 2030년 기준 연 2억1880만t에서 2억9860만t으로 7980만t(36.5%)이나 많아졌다. 늘어난 부담을 산업·발전·건물·수송·공공 부문별로 분담해야 하는데, 절반을 훌쩍 넘는 4220만t을 산업 부문, 곧 기업 측에 ‘원님 재판하듯’ 떠넘긴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는 협조해야 한다. 단, 국내 산업이 감당할 수준과 속도여야 설득력을 가진다. 애초에 설정한 감축 목표도 국내 현실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탄소 규제 적용을 받는 한국 기업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에너지 효율화를 이뤄 추가 감축 여지가 별로 없다. 결국 배출권을 구입해 충당해야 하는데, 최근 시세로 계산하면 산업계의 추가 부담만 연 1조1000억 원에 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온갖 비난을 감수하면서 지난해 6월 파리기후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국내 산업 부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처럼 선진국들도 명분과 실리의 조화를 꾀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해외에서 줄이려는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 채 책임을 기업에 미뤘다. 그러면서 클린 에너지인 원전 비중은 외려 줄이고 있다. 그런 수정안을 만들면서 이해당사자인 업계의 의견수렴 절차조차 없었다고 한다.
그러잖아도 기업들은 보호무역주의·유가 인상 변수에 최저임금·근로시간·지배구조 압박까지 악재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이런 마당에 온실가스 폭탄까지 느닷없이 떠안기니 도(度)를 넘는 기업 괴롭히기다. 원천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글로벌 경쟁은 미세한 우열 차이로 승패가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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