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 길을 연 결정은, ‘모든 국민은 국방의 의무를 진다’는 헌법 제39조에 따라 병역 의무 수행을 신성시해온 대한민국의 대다수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기에 충분하다. ‘군 기피자’는 양심적이고, ‘군 복무자’는 비양심적인가 하는 분노와 개탄이 쏟아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없이는 종교의 자유, 양심의 자유도 없다는 사실은 북한 체제가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이 때문에 6·25전쟁 때부터 현재까지 이 땅의 청년들은 목숨을 국가에 맡긴 군 복무를 마다하지 않았다.

헌재는 28일 병역법 제5조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림으로써, 종교적 이유 등으로 군대에 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에 대해 대체 복무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제했다. 2019년까지 병역법을 개정하라고도 했다. 2004년과 2011년에도 병역법에 대한 유사한 위헌 소송이 있었지만, 7 대 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헌재 재판관 교체를 통해 ‘진보 성향’ 인사들이 임명되면서 결정이 뒤집힌 것이다. 헌재도 거리낌이 있었던지, 결정문에서 ‘양심’이라는 용어에 대해 “도덕적이고 정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구차해 보인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 거부’라는 용어부터 인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유일한 분단국임은 물론 최장·최악의 독재체제와 마주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민 개병제(皆兵制)를 채택했고, 대한민국 청년들은 병역 의무를 흔쾌히 수행해왔다. 이런 군 복무야말로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까지 국가에 맡기는 위대하고 진정한 ‘양심’이다. 개인적 이유 때문에 집총(執銃)·훈련·입대 등 병역을 거부한다면 상응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양심과 종교를 보장하는 안보에 무임승차하는 ‘비양심적 행태’이기 때문이다. 당장 화급한 일은, 양심을 빙자한 병역 기피 폐해(弊害)를 막는 것이다. 양심을 계량할 수 없는 만큼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줄여야 한다. 병역법 개정 과정에서 현역병(現役兵) 복무보다 대체 복무가 훨씬 길고 어렵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