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진보 좌파 성향의 친(親)전교조 교육감들이 추진해온 ‘수월성 고교(高校) 없애기’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일단 제동을 걸었다. 헌재(憲裁)는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 등과 일반고가 입학 전형을 동시에 시행하게 하면서 중복 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9명 전원 일치 의견으로 28일 인용 결정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29일 개정한 조항에 대해 “자사고에 불합격하면 지원하지 않은 일반고에 배정되거나, 해당 학교군(群) 내 일반고에 진학할 수 없게 되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못하면 자사고 지원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 그 취지다.

헌법상 평등권, 사학 운영의 자율권, 학생·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심판과 함께 가처분을 신청한 사학 재단 이사장과 자사고 지망 학생·학부모 등 9명이 헌재 결정을 구한 자사고 외의 다른 수월성 고교에 대해서도 판단이 다를 리 없다. 문 대통령의 공약이면서, 또 6·13 선거에서 당선된 친전교조 교육감 14명 전원의 공약인 ‘자사고·외고 폐지’가 교육 역주행일 뿐이라는 것은 ‘평준화 + 평둔화(平鈍化)’로 적나라하게 확인된 지 오래다.

그런데도 평등지상주의에 집착해 자사고·외고 등을 고사(枯死)시키기 위한 시도는 여전히 집요하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학생을 정원 미달 고교에 배정하는 식도 그 중 하나다. 심지어 일부 교육감은 탈락 학생의 거주지에서 가까운 미달 학교가 있어도, 먼 거리 학교로 배정하겠다고도 한다. 헌재 결정을 계기로나마 그런 시도는 아예 단념하고, 수월성 고교를 더 육성해 교육 경쟁력을 키우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