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감축량 2배로’
환경부 정책에 산업계 반발
“경제는 힘든데 수조원 부담”

“온실가스 줄이는 원자력발전은 줄이고 전기요금은 들썩이는데 온실가스 부담까지 떠넘기면 어쩌란 말인가.”

“보호무역주의 강화·유가 상승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상황인데, 수조 원에 이르는 온실가스 부담까지 떠넘기면 더는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지 말란 얘기냐.”

환경부가 산업계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2030년까지 2배 수준으로 늘리기로 하자 산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산업계의 온실가스 의무 감축량을 기존 5700만t에서 9900만t으로 늘리는 대신 해외 온실가스 배출권 매입 규모를 확 낮추는 내용의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 수정안’을 공개하고, 오는 7월 3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가장 황당해하는 곳은 원전 전문가들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 내 일부 환경론자에게서 비롯된 원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 성급한 탈원전 정책으로 이어져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차질과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산업경쟁력 약화를 불러오고 있다”며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고 기업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과연 무엇인지 정부가 다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고 공언하나 온실가스 부담을 떠안으면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청정 발전원인 원전 비중은 되레 줄여야 해 그야말로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진퇴양난’ 처지”라고 우려했다.

석유화학·철강 업계는 “투자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면서 강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석유화학기업 A사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석유화학이나 철강은 우선 공장을 먼저 짓고 증설을 거듭하면서 투자도 늘리고 일자리도 늘린다”면서 “지금도 굉장히 벅찬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받는데 여기서 더 올리면 더는 증설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석유화학기업 B사 관계자는 “당장 유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환율 상승, 야간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설, 미국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11월) 여파 초읽기 등으로 원가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범·김성훈·박정민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