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비디오판독(VAR)에 울고 웃었다.

한국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러시아 카잔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0-2로 승리했지만, 하마터면 귀중한 1승을 도둑맞을 뻔했다. 한국은 후반 46분 수비수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이 코너킥 상황에서 독일 수비수를 맞고 흘러나온 공을 밀어 넣어 골망을 흔들었다. 김영권은 양팔을 치켜들고 환호했지만, 부심이 오프사이드를 선언하면서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선수들은 주심을 향해 VAR를 뜻하는 커다란 네모를 그리며 판독을 요청했고, 마크 가이거 주심은 VAR 확인을 통해 최종적으로 골을 인정했다. 결국, 김영권의 골은 2분이 지난 후반 48분으로 기록됐고, 안절부절 VAR 주변을 서성이던 선수들은 비로소 벤치로 달려가 코치진과 세리머니를 펼쳤다.

특히 가이거 주심은 러시아월드컵에서 VAR 논란에 불을 지핀 인물이었기에 불안감은 더했다. 가이거 주심은 지난 20일 포르투갈-모로코의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35분 포르투갈 수비수 페페(베식타시)의 명백한 핸드볼 반칙을 잡아내지 못했고 모로코 선수단의 VAR 판독 요청 또한 무시했다. 경기 후 가이거 주심이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에 눈독을 들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김영권은 “VAR가 진행되는 동안 제발 골이기를 빌고 또 빌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18일 니즈니노브고로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1차전에선 VAR 때문에 눈물을 흘렸다. 당시 왼쪽 측면 수비수 김민우(상주 상무)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태클을 시도하다가 스웨덴의 빅토르 클라손(FC 크라스노다르)을 넘어뜨렸다.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지만, 스웨덴 감독과 선수들이 VAR를 요청하며 거세게 항의했고 결국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후반 20분 터진 페널티킥 골로 한국은 0-1로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또 24일 로스토프아레나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차전에선 후반 막판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멕시코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FC 포르투)에게 왼쪽 종아리를 걷어차였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고 이는 두 번째 실점의 빌미가 됐다. 대표팀은 기성용의 부상 장면이 VAR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돼 국제축구연맹(FIFA)에 항의 서한을 보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