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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전부품 생산 대표적 강소기업 조성은 무진기연 대표

“다 포기상태… 업종전환 준비
30· 40代 대부분 이직 고려
10년 공들인 기술 사장위기
정부가 국민 일자리 빼앗아”

“이젠 다 포기한 상태다. 기술 인력들 가운데 30·40대는 대부분 이직을 고려하고 있고, 해외로 나가는 것도 시간 문제다.”

28일 전화기 너머 들리는 조성은(사진) 무진기연 대표의 한숨 섞인 말 속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함께 묻어났다. 조 대표가 운영하는 무진기연은 원전에 들어가는 싱글스터드텐셔너를 비롯해 원전 관련 보조기기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싱글스터드텐셔너는 원자로의 뚜껑을 고정·분해할 때 필수적으로 쓰인다. 원전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여서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 생산한 제품을 팔 곳이 없어진다.

조 대표는 “사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가 진행될 당시에는 건설 중단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원전의 필요성을 이야기했지만 이젠 그럴 힘도 없다”면서 “신한울 3·4호기가 지어질 지 미지수지만 다른 원전건설 계획이 모두 취소됐으니 업종 전환을 준비해야겠다”고 말했다.

무진기연이 보유한 원전 부품 핵심기술은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04년부터 기술개발에 착수해 2014년 완료했으며 신고리 3·4호기 건설 때부터 납품했다. 회사 전체 직원 70여 명 중 절반이 연구·품질 분야 직원들이며, 이들이 10년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조 대표와 직원들의 노력으로 무진기연은 연매출 170억 원 규모의 국내 대표 강소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조 대표도 김대중 정부에서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각종 장관상 및 산업포장 등을 수상했다. 그런 기업이 정부의 성급한 ‘탈(脫)원전’ 정책으로 인해 갑자기 업종전환을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우리 회사와 비슷한 원전 납품업체들이 국내에 700여 개 정도이고 더 작은 규모 회사까지 포함하면 1000여 개 업체들이 있는데 사정은 다 마찬가지다”

주력 기술 인력들 가운데 30·40대는 대부분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조 대표의 설명이다. 젊은 사람들이 미래를 위해 다른 직장을 찾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문제는 50대 직원들이다. 이들은 원전 부품 이외에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업종전환이 이뤄지면 인력 구조조정도 피할 수 없다.

조 대표는 “다른 일반 기계부품을 만들면 매출이 반토막날텐 데 직원을 현재처럼 유지하기도 어렵다”고 체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신한울 3·4호기마저 건설이 중단되면 기술 인력들이 해외로 나가는 게 본격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의 일자리를 뺏고, 물 밖으로 내모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