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새 회장의 선택 기준은 ‘탈(脫) 기득권’이었다. 23일 임시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추천된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은 포스코 사상 최초의 비(非)엔지니어, 20년 만의 비서울대 출신이다. 반면, 정치권 연루설이 돌던 인사나 ‘포피아(포스코 마피아)’로 지목된 후보들은 배제됐다. 포스코는 외압(外壓)을 차단하면서 포피아 논란도 피해가는 자구책으로 경영권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났다. 그러나 ‘최정우 포스코’에 던져진 안팎의 과제가 만만찮다.

권오준 현 회장이 지난 4월 임기를 2년 남기고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포스코 회장 잔혹사가 재연됐다. 소유 구조 상 분명한 민간기업임에도, 권 회장까지 역대 8명의 포스코 수장 가운데 임기를 제대로 채우고 퇴임한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청와대는 “민간기업 인사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했지만, 대통령 해외방문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포스코 회장을 번번이 제외하며 압박했다. 후임 회장 선정 과정에서도 정치권이 노골적으로 개입했고, 권력 주변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떠돌았다. 포스코를 대선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아직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포스코는 철강 과잉 공급, 보호주의 득세로 고전 중이다. 신성장동력을 찾아 경쟁력을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최 회장 내정자는 구조조정 실무 사령탑을 맡아 비핵심 계열사와 유휴 부동산을 대폭 정리한 경험이 있다. 외압 단절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회장 선임 절차를 투명·공정하게 정착(定着)시켜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권력 교체기마다 외풍에 시달리는 다른 유사한 기업들까지 본받을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도 새 회장에게 부여된 중요한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