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훈장추서 논란에 부담
美 거주 친손녀 항공권 못구해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조문 사흘째인 25일 오전에도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주말보다는 다소 차분해진 분위기의 빈소를 찾아 저마다 JP가 한국 현대사에 남긴 족적을 기리며 고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01년 JP를 ‘서산에 지는 해’에 비유하며 대립각을 세웠던 이인제 전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2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빈소를 찾았다. 6·13 지방선거 자유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로 나서며 JP를 찾아가기도 했던 이 전 의원은 “산업화를 성공시키고 민주화 과정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한 현대사의 큰 별이 지셨다”고 말했다.

노태우 정부 당시 공보처 장관을 지낸 손주환 전 장관도 빈소를 찾았다. 손 전 장관은 사흘째 빈소를 지키고 있는 정진석 한국당 의원에게 “노태우 전 대통령이 와병 중이어서 직접 문상을 못 오셨다”며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전 일찍 빈소에 나와 조문객을 맞았다. 정우택 한국당 의원도 주말 내내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자처했다. 오전 11시에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11시 30분에는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가 조문하는 등 정치인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빈소 왼편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이한동 전 총리, 이낙연 총리, 김형오·강창희·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의 화환이, 오른쪽으로는 이명박·노태우 전 대통령의 화환이 세워져 있다. JP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일본 총리의 화환 옆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의 화환이 자리 잡았다.

아들 진, 딸 예리 씨도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JP의 별세 소식을 타국에서 들은 손주들도 귀국해 상주로 조문객을 맞고 있다. 예리 씨의 큰아들이 프랑스에서 전날 밤 비행기로 귀국한 데 이어 이날 오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진 씨의 두 아들이 비보를 듣자마자 급하게 귀국, 오전 8시쯤 할아버지께 예를 올렸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친손녀는 아직 비행기 표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빈소를 지키고 있는 유족과 측근들은 정부에서 JP에게 훈장을 추서하는 것을 주저하며 논란이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민병기·이은지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