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무역전쟁 불가항력”
기재부, 남북경협 이슈 집중

‘우리가 뭐 어쩔 수도 없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 가치 급락)하고 있지만, 외환 당국 움직임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현재 전날보다 4.8원 떨어진 1108.0원을 기록하고 있다. 21일에는 전날보다 7.7원 오른 1112.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 이유는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가속화와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시장에서 “환율 상승이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질문이 많이 나왔겠지만, 요즘에는 그 같은 움직임이 별로 없다. 한 시중은행 외환 담당자는 “외환 당국도 옛날처럼 환율을 열심히 들여다보지 않아 아예 ‘관심권’에서 멀어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우리나라 외환 당국인 기획재정부 국제금융 라인에 직접 물어봐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나 미·중 무역 분쟁을 우리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라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다. 특히, 외환 당국은 요즘 ‘남북 경제협력’ 때문에 바쁘다. 남북경제과가 황건일 국제경제관리관(1급) 산하에 편재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북 정상회담 이후 정부 내에서 남북 경협에 속도를 내면서 기재부 국제금융 라인에는 요즘 남북 경협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제재가 풀리지도 않았는데, 한국 정부가 남북 경협에 앞서 나가는 것은 ‘섶을 지고 불로 들어가는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일부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정부 부처 등은 단기간에 실적을 올리겠다며 남북 경협을 무조건 밀어붙이면서 기재부 국제금융 라인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요즘 외환 당국은 환율 움직임에 사실상 손을 놓은 듯한 분위기”라며 “미국의 ‘반기(半期) 환율 보고서’ 등 눈치 봐야 할 곳이 많아진 것도 당국의 손발을 굼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