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참패 책임 野 지도부 퇴진
한국당은 계파갈등까지 겹쳐져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 못하고
상임위 배분 협상 시작도 못해
최악땐 9월 정기국회까지 공전

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 일정
이달말 일몰 法 연장논의 전무
국회계류 민생법안만 9754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지도부가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국회가 기약 없이 공전하고 있다. 여야는 이르면 다음 주 원 구성 협상에 들어갈 방침이지만, 한국당이 친박(친박근혜) 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으로 당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국회 정상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전날(21일)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방안 발표와 관련해 “국회 야당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며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연장 가동하고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인사를 포함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에서 표출된 국민의 뜻은 여야가 일하는 생산적인 국회를 만들라는 것인데,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국회가 그 뜻을 잘 헤아리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며 조속한 여야 협상을 촉구했다.

여야의 국회 정상화 목소리가 높아지자 김성태 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이날 통화에서 “원구성 협상을 다음 주부터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5시간 넘는 의총 내내 친박과 비박의 해묵은 쌈박질을 벌였던 한국당에 당분간 제대로 된 원구성 협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야당 몫으로 남은 국회부의장 2석을 놓고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고, 여야 상임위원장 배분 및 상임위원 전입전출을 둘러싸고도 여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협상이 본격화되더라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관계자는 “첫 번째 마지노선을 다음 달 17일 제헌절로 잡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9월 정기국회까지 국회 공전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 시급한 국정 현안 처리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여야는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데, 오는 7월 19일까지 국회가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이달 말 일몰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과 유료방송 합산규제법은 연장을 위한 논의조차 전무한 상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을 논의할 국회 사개특위와 개헌안을 논의하기 위한 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오는 30일로 활동이 만료돼 활동 연장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민주당은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 본회의 통과도 국회의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상법개정안, 상가임대차보호법,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 미세먼지 특별법, 미투 관련 법안, 가상화폐법 등 국회 계류된 민생법안 수는 22일 현재 9754개에 달한다.

GM 국정조사, 상가임대차 보호법 등 민생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규제 샌드박스법 등 국정 주요 현안도 모두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70주년 제헌절 경축사를 최다선인 한국당 서청원(8선) 의원이 의장을 대신해 발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은지 기자 e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