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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여성 과학자들 / 펜드리드 노이스 지음, 권예리 옮김 / 다른

성 평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청소년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페미니즘 서적 출간이 늘어나고 있어서 반갑다. 그런데 페미니즘 서적으로 명명하지 않은 책 중에도 지금 시점에서 꼭 읽었으면 하는 저작들이 있다. ‘사라진 여성 과학자들’에는 여성 과학자 열여섯 명의 성장기가 등장한다. 이들은 세 개 대륙 여덟 나라 출신이며 다섯 명은 결혼하지 않았고 열한 명은 결혼했다. 그중 여섯 명은 과학자나 의사와 결혼했다. 왜 과학자의 결혼에 관해서 이렇게 많은 기술이 필요할까. 당시 젊은 여성의 삶에는 결혼 이외의 목표를 갖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여성에게는 교육의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 했던 현실에 악착같이 맞섰던 이야기다. 가정에서 직접 이들을 가르친 경우도 많았으며 배운 여성은 어떻게든 다음 세대의 여성을 가르치는 일에 힘을 쏟았다. 19세기 초에 이미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기초적 개념을 정립했던 수학자 에이다 바이런은 어려서 어머니의 손을 잡고 당대의 유명한 논리학자 드 모르간을 찾아갔다. 어머니는 홍역을 앓고 누워 있어야 했던 딸에게 폭넓은 세계를 알기 위해 수학과 과학을 배워야 한다며 독하게 독려했다.

그러나 사회는 이들의 열정을 가로막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고 제도는 여성 과학자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 대수학의 창시자 에미 뇌터는 당시 독일의 고교에서도 여성을 받지 않아 독학해야 했고 대학에서는 청강생으로 공부했다. 남학생과 여학생이 같이 강의를 들으면 학문적 기강이 무너진다고 말하던 시절이었다.

베타 붕괴 반응의 반전성 위반을 입증했던 물리학자 우젠슝은 어렵게 미시간 대학원의 입학 허가를 받았으나 여성은 학생회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입학을 포기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구에 참여하고도 경제적 처우를 받지 못했으며 대부분은 가족이나 동료의 무급 조수로 일했다.

퍼트넘 저코비의 아버지는 딸이 의학 공부를 그만두면 당시로서는 엄청난 금액인 매년 250달러를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퍼트넘은 그만두지 않았고 1876년에 ‘월경 중 여성의 휴식 문제’에 관한 논문을 써서 하버드대의 보일스턴 의학상을 받았으며 뉴욕에 소아병동을 개관하고 소아의학과 여성의학의 선구자가 되었다.

지난 상반기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흐름을 정리하며 청소년들과 무슨 책을 읽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제안하고 싶다. 이 열여섯 명의 과학자가 분투한 지점을 살펴보면서 침착하고도 정확하게 지금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볼 수 있다. 268쪽, 1만4000원.

김지은 어린이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