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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거 투쟁 / 김동하 지음 / 궁리

책에 붙여진 부제 그대로 30대 가장이 쓴 ‘주거 이력서로 본 나의 성장 이야기’다. 2인 1실에 보증금 없이 30만 원, 지방에서 서울로 진학해 처음 짐을 푼 대학가 하숙집이 독립 후 첫 집이었다. 이때부터 저자의 파란만장한 주거사(史)는 시작됐다.

온갖 형태의 ‘집’에서 살았다. 공동화장실 옆 미닫이 방을 구하기도 했고, 우편물 수령이 거의 불가능했던 다가구 주택에 살기도 했다. 독신자 간부 숙소에 산 적도 있고, 선후배 집에 얹혀 생활하기도 했다.

결혼하고 전세금 4500만 원의 70%를 보금자리론 대출로 마련해 얻은 반지하 다가구 전셋집에서 신혼살림을 차린 이후에도 이사는 계속됐다.

지금은 월세와 전세에 마침표를 찍고 보금자리론으로 대출한도를 꽉 채워 아파트를 샀다. 30대인 저자가 50대가 되는 2031년에야 빚을 다 갚고 온전히 자신의 집이 되는 것이긴 하지만, 비로소 ‘내 집’을 갖게 된 것이다.

책에 풀어놓은 저자의 이른바 ‘주거 투쟁’은 지방 출신으로 상경해 대학을 다니고 양가의 도움 없이 결혼생활을 시작한 경우라면 다들 겪었을 법한 이야기다. 성공적 재테크의 영웅담이나 경제 불평등의 고발 같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의 주거에 대한 고민 혹은 꿈을 적어낸 성장기록에 가깝다는 얘기다. 어찌 보면 사소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 결혼이나 육아, 교육, 빈곤, 건강 등 생애사를 통틀어 주거와 연관되지 않는 문제가 있을까.

책에는 주거난이나 청년주거 등의 주제를 ‘집’에 대한 미시적 기록, 혹은 회고담과 개인적인 고백으로 풀어낸다. 청년 주거 문제 등의 사회적 담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지극히 사소한 30대의 이사와 집 걱정 이야기다. 반지하에서 바퀴벌레의 잦은 출몰과 비염으로 고생하는 아이를 보면서 지상으로의 탈출을 꿈꾸고, 집 주변의 문화적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사를 고민했던 가장. 이런 이야기 속에 주거난 등 도시의 주거 문제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이 책이 저자의 주거 문제뿐만 아니라, 독자 자신의 주거 문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건 그래서다. 저자가 파란만장한 주거 투쟁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른바 ‘오포 세대’인 후배들에게 전해주는 조언도 귀담아들을 것이 제법 많다. 그리고 이 책이 가진 또 하나의 미덕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온기 가득한 집에 둥글게 모여 앉은 가족의 모습이 언뜻언뜻 보인다는 것이다. 286쪽, 1만5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