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北核)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이킬 수 없는 폐기’(CVID)가 더 멀어지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합동참모본부가 주관하는 한국군(軍) 단독훈련까지 주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일 “당초 이달 26일부터 3일 간 실시할 예정이던 태극연습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최적의 방안을 적용해 시행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으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단 연기한 셈이다.

북한은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에 명시된 ‘완전한 비핵화’와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김정은은 베이징으로 달려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3차 정상회담을 하며 북·중의 전략적 협동 강화를 약속했다. 중국 협력을 받으면서 시간을 끌어 비핵화를 최대한 회피하겠다는 계산이다. 중국 외교부가 “핵 문제 진전에 따라 북한 제재 완화·해제 문제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도 달리 없을 것이다. 북한은 또 미국이 요구하는 신속한 비핵화 조치 대신 6·25 때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선물 공세를 통해 비핵화 압박을 피하겠다는 저의가 읽힌다.

이런 현실에서 방어적 연례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단으로는 모자라다는 듯이, 1995년 시작한 이래 단 한 해도 빠짐없이 예정된 시기에 실시해온 태극훈련까지 연기한 처사는 ‘반(反)안보’ 행태로 비친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지휘소 연습인 태극훈련뿐 아니라, 11월로 예정된 실기동 훈련인 호국훈련 또한 실시되더라도 규모가 축소되고, 전면 비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군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문 정부는 군의 훈련이 북핵 폐기 후에도 필수라는 안보의 기본까지 외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