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끼리도 입장 갈려 설전

대학가를 넘어 전국 중·고교에도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내 동아리나 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동아리 신설을 거부당하는 등 현장 갈등 사례도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아리는 구성했는데 지도교사가 없이 방치되는 등 어려움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 하나고, 명덕외고, 창동중, 경기 고양국제고, 야탑고, 평택여고, 양현고, 원광여고, 예성여중 등 전국 상당수 중·고교에서 페미니즘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다. 학내 동아리로 인정받지 못한 경우 학생들끼리 학교 밖에서 연구회를 열거나 지역 청소년들이 모이는 사례도 많아 실제 활동 학생 수는 훨씬 많다는 분석이다.

학생들은 카드뉴스를 만들어 인식 개선 활동에 나서고 학교별 ‘대나무숲’(익명 제보 공간)에 올라온 페미니즘 관련 사안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하나고의 페미니즘 연구동아리 ‘1DGAF’는 저소득층 학생 생리대 지원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고양국제고의 페미니즘 동아리 ‘사실은’의 경우 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한 수익금 일부를 미투 피해자를 위해 기부했다. 한 학생은 “고교 진학 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인권,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동아리를 만들었다”며 “아직 배우는 단계이기에 토론과 독후감 작성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활동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페미니즘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들과 생각이 다른 학생과 교사들이 반발하는 일도 많다. 댓글로 논쟁을 벌이던 한 학생은 ‘이 동아리가 학교에 있는 게 부끄러우니 소속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비판했다. 동아리 모집 벽보가 훼손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동아리 개설을 신청해도 난감해하는 현장 교사, 교장·교감도 부지기수다.

한 페미니즘 동아리 지도교사는 “학교 측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정보가 부족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고 싶다고 찾아와 기회를 주고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필요한 성 평등·인권 교육이라면 학교에서 선도적으로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2월 ‘초·중·고 성 평등 교육 의무화’ 국민청원이 20만 명을 돌파한 뒤 청와대에서는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나온 상황이다.

김기윤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