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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등 늘어나면서
소통 안돼 외톨이처지 되자
늦깎이로 방통大 등 입학

손주들과 더 잘 놀아주기 위해 외국어를 배우는 5060세대가 늘고 있다. 영어 유치원 등이 활성화되고,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경우가 많아진 세태에 따른 결과다.

올해 한국방송통신대학 일본어학과에 입학한 이희자(여·56) 씨는 손주와 자유롭게 대화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아들과 일본인 며느리 사이에서 3년 전에 태어난 손주가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손주가 말문이 트이기 시작한 뒤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려 했지만,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해 답답한 마음이 컸다. 아들이 중간에서 통역을 해줘야 하고, 종종 아들과 며느리, 손주 셋이 일본어로 대화하면 자신과 남편은 가만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본격적으로 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이제는 손주와 전화로 “잘 지냈니” “저녁은 먹었니” 등과 같은 간단한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 남편도 내년 정년퇴임 후 이 씨와 함께 수업을 들을 계획이다. 이 씨는 21일 “문법, 회화, 독해 등 다양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빨리 배우게 되는 것 같다”며 “점점 더 많은 대화를 직접 손주와 할 수 있게 된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에 태어날 손주에게 영어책을 읽어주고 싶은 마음에 공부를 시작한 할머니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살고 있는 손영현(여·53) 씨는 손주들과 당당하게 영어로 대화하고 놀아주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 지난해 방통대 영어영문학과로 진학했다. 손 씨는 단순히 영어 문법만이 아니라 영어 교수법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설명했다. 나중에 손주들에게 영어를 더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손 씨는 수업 외에도 스터디그룹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실력을 키우고 있다. 손 씨는 “나중에 손주들이 영어 수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손주들이 해외에서 공부하고자 할 때 영어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방통대 관계자는 “과거보다 손주와의 관계를 생각해 수업을 신청하게 됐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온라인 수업이다 보니 전국 어디서 쉽게 들을 수 있고, 학비도 저렴해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고 밝혔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