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박재현 원장

2030 남성 속태우는 탈모 고민, 숨기지 말고 검증된 치료 받아야

출근 시간마다 30분 넘게 거울 앞에서 피부와 머리 손질에 공을 들이는 회사원 정모(32) 씨. 자타가 공인하는 멋쟁이지만, 부쩍 줄어든 정수리 머리숱 때문에 잠까지 설치고 있다. 정 씨는 대머리라고 놀림을 받을까 봐 남들에게 말도 못 하고 밤마다 스마트폰으로 탈모 관련 정보를 찾는다. 또 탈모에 좋다는 제품을 섭렵하고 있지만, 머리카락이 점점 더 많이 빠지는 것 같아 거울을 볼 때마다 한숨이 푹푹 나온다고 토로했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이 더는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20일 모바일 리서치 기업 오픈서베이가 20∼30대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이 사용하는 화장품 개수가 평균 7개에 달했다. 그만큼 외모에 대한 고민이 커졌음을 보여준다. 과거 노화의 상징으로 여겼던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은 35.8%나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봐도 2016년 탈모로 병원을 찾은 남성 1만7000여 명 중 30대와 20대가 1만여 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남성들이 가장 흔히 겪는 탈모 유형은 대머리라 불리는 ‘남성형 탈모’다. 보통 20대 후반이나 30대에 시작되는데, 정 씨처럼 앞머리나 정수리 부분의 건강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색이 옅어지며 점차 솜털처럼 변하는 증상이 대표적 특징이다. 탈모는 건강을 위협하는 병은 아니지만, 한창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외모에 민감해지는 20대와 30대에게 절망을 안겨준다. 미국피부과학회에 발표된 남성형 탈모로 인한 심리적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 88%가 탈모로 좌절감과 무기력까지 경험한다고 답했다.

◇자가 관리나 민간요법 의존 치료는 효과 미지수, 검증된 의학 치료 필수=단순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증상만으로 남성형 탈모를 의심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것만으로 탈모를 판별하지 않는다. 탈모가 아니더라도 하루 평균 50∼100개 정도의 모발이 빠지고, 새로운 모발이 자라기 때문이다. 남성형 탈모의 주된 증상으로는 △정수리와 이마 부위의 모발이 약해지고, 색이 옅어지는 증상 △뒤로 후퇴하는 이마선과 휑해진 정수리 △하루 100개 이상의 머리카락 빠짐 등을 꼽을 수 있다.

박재현 다나성형외과의원 원장은 “남성형 탈모는 5알파 환원효소의 작용으로 남성호르몬이 디하이드로 테스토스테론(DTH·Dihydro-testosterone)으로 변환되며 생기는 증상으로 이 DHT가 모낭 세포에 작용해 모발의 성장 기간이 단축, 결국 모발이 점점 짧아지며 탈모에 이르게 된다”며 “호르몬 외에 남성형 탈모에 영향을 끼치는 유전, 노화 등도 개인의 노력으로 바꾸기 어려우므로 남성형 탈모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남성형 탈모, 화장품, 음식으로 해결 어려워… 약물치료·모발 이식 등 의학 치료 통해야= 문제는 탈모를 겪으면서도 자가 관리나 식이요법 등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점이다.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에서도 20∼30대 남성 중 38%가 탈모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대부분이 탈모 방지용으로 샴푸를 이용하거나 두피마사지·탈모에 좋은 음식 섭취 등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탈모는 치료 방법이 있는 질환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받은 탈모 치료법 중 약물 치료법은 복용하는 약물과 바르는 약물로 모발의 성장을 촉진하는 방법이다. 초기 남성형 탈모는 약물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탈모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치료 후 2∼3개월이 지나야 치료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성급하게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탈모 증상이 심하거나 약물치료로 개선이 안 된다면 모발 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모발 이식은 탈모가 일어나지 않은 뒷머리나 옆머리에 난 정상 모발을 탈모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로, 이식한 모발은 이전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해 영구히 자란다는 장점이 있다. 증상에 맞춘 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개선을 함께하면 더 좋다. 두피를 청결히 하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는 행동은 기본이다. 스트레스를 피하기 어렵지만,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흡연과 음주는 탈모에도 해로우므로 피해야 한다. 박재현 원장은 “모발 이식 이후에도 기존 모발에서는 탈모가 계속 일어날 수 있어 약물치료는 계속 이어가야 한다” 며 “섣불리 증상을 예단하지 말고 자신에게 맞는 치료를 받으며, 예방을 위한 생활 습관을 병행하면 충분히 탈모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