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올해 최고 병역명문가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여형구(오른쪽) 씨 가문. 왼쪽이 형 여진구씨. 병무청 제공

포격당한 기차를 수리해 수송
3代 16명이 429개월 복무도
울주 김상진 가문도 대통령賞

6·25전쟁 중 포격 당한 기차를 수리해 수천 명의 피란민을 구출한 역무원 가문이 대(代)를 이은 나라 사랑으로 올해 최고의 병역명문가 중 하나로 선정됐다.

20일 병무청에 따르면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5회 병역명문가 시상식에서 여형구 씨 가문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여형구 가문 1대인 고 여운홍 씨는 전남 보성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하던 중 전쟁이 일어나자 적 포탄에 맞아 고장 난 기차를 수리해 수천 명의 피란민을 구출했다. 여운홍 씨는 피란민을 구출하느라 정작 본인은 피란을 가지 못하고 북한군에 체포될 위기에 몰렸으나, 대나무 숲에 숨어 죽순과 물로 버티며 죽음의 고비를 넘겼다. 여운홍 씨는 이 공로로 비군인 6·25 참전 유공자로 선정됐다. 2대 여형규 씨는 한쪽 다리가 짧은 신체 조건에도 불구, 현역에 지원해 육군 만기 제대했다. 1대 여운홍 씨, 2대 여형구 씨를 포함한 7명, 3대 8명 등 모두 16명이 429개월간 현역 복무했다.

또 다른 대통령 표창 주인공인 김상진(울주군) 가문은 1대 고 김을규 씨, 2대 김상진 씨를 포함한 6명, 3대 8명 등 모두 15명이 모두 383개월간 현역 복무했다. 1대 김을규 씨는 임신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두고 6·25 전쟁에 참여해 낙동강·다부동·팔공산 전투 참전 중 총상을 입고 명예제대했다. 특히 자신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으면서도 자식들에게 ‘국가를 위해 충성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2대 김상진 씨는 부친의 유언에 따라 신체검사 결과 해안초소 방위병으로 복무할 수 있었음에도 현역 복무를 지원했다. 참전 유공자 등록이 안 돼 있던 김을규 씨는 60여 년 만에 참전유공자로 등록됐다.

국무총리표창에는 정석훈·김천중·이종돈 가문 등이 선정됐으며, 올해 병역명문가는 714가문으로 역대 최다 선정 기록도 세웠다. 이번 시상식은 육군 9사단에 복무 중인 2PM의 멤버 옥택연 일병의 사회로 진행됐다. 옥 일병은 영주권을 포기하고 최초 병역판정검사에서 허리디스크 등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으나, 2번의 수술 후 현역병으로 입대했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대를 이어 나라사랑을 실천한 병역명문가는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자”라며 “병무청은 병역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