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조사단 36건 구제 조치
프리랜서·계약직이 더 취약

문화예술계에 위계에 의한 성희롱·성폭력이 전 분야에 걸쳐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랜서, 계약직 등 고용 형태가 불안할수록 성희롱·성폭력에 취약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가 공동·운영한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 조사단’은 19일 학생에게 강제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한 대학교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여직원을 상습 성추행한 영화배급사 이사에게 피해 보상을 권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또 교수의 성희롱 성폭력 문제가 제기된 예술대학에 대해서는 감독기관에 감사를 의뢰했다.

지난 3월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긴급 구성된 조사단은 이날 100일간의 한시적인 활동을 마무리하며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조사단은 그동안 접수된 36건을 조사해 인권위 권고, 조정, 수사·권리구제 진행 등의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현재 수사기관에 의뢰 등의 조치가 진행 중인 사건은 웹드라마 제작사 간부의 배우 성추행, 유명 가수의 작사가 성폭행, 재즈 연주자의 공연 운영자 성추행, 무용수의 여성동료 신체 부위 도촬 등이다. 원로 시인의 신예 시인 성추행, 유명 만화가의 신예 작가 성추행, 유명 감독의 신인 배우 성희롱, 학원장의 사진작가 성희롱, 전 신춘문예 심사위원의 시인 지망생 성추행 사건 등도 접수됐으나 공소 시효 및 민사상 시효가 지나 적절한 법적 대응이 불가능했다.

한편 특별조사단이 문화예술계 종사자 6만4911명에 대한 설문을 실시, 이에 응한 4380명의 답을 분석한 결과 여성 응답자(2478명) 중 절반 이상인 57.7%가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프리랜서는 44.7%, 계약직은 34.7%로 정규직(27.1%)보다 높게 나타나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성폭력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야별로는 연극이 52.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연예(52.0%), 전통예술(42.7%), 만화·웹툰(42.7%), 영화(42.4%), 미술(41.6%), 음악(33.2%), 문학(26.1%), 무용(25.3%) 순으로 조사됐다. 여성응답자의 34.7%는 ‘예술 활동과 상관없이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요구’받았고, 21.5%는 ‘가슴·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만지고’, 11.0%는 ‘예술 활동을 이유로 노출 또는 신체접촉을 강요당했다’고 답했다.

최현미·윤명진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