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근무·인력충원 등 놓고
28차례 산별교섭 이견 팽팽
개별 은행, 자체도입엔 난색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의 요청으로 논의돼 온 은행권의 주 52시간 근무제 7월 조기 도입이 불발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을 담은 금융권 노사의 2018년 임단협 산별교섭이 결렬된 데다, 개별 민간 은행은 자체 도입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결국 임단협 조정을 신청했다. 앞서 사 측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지난 15일까지 4차례의 대표단 교섭을 포함해 총 28번에 걸쳐 협의했으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다.

중노위 조정 기간이 적어도 10일가량 소요되는 데다, 1회 정도 연장되는 경우도 많아 이런 상태라면 이달 내 합의안 도출은 어려울 전망이다. 노사 간 이견이 큰 것도 전격 합의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사용자 측은 유연근무제 도입을 통해 업무 시간이 많은 전산(IT)·트레이딩·공항점포·운전기사 등의 직무에 대해서도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자는 입장이지만, 노조 쪽에선 “예외 직군이 있으면 반쪽 제도가 될 것”이라며 유연근무제 대신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예외 직군 범위를 놓고도 노사 간 입장 차가 크다.

개별 은행 차원에서도 도입할 수 있지만 은행 측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산별교섭에서 불발된 사안을 개별적으로 도입하는 데 따른 위험부담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도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BNK부산은행 등 지방은행들도 모두 산별교섭 결과를 지켜본 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IBK기업은행만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아직 어떤 방식으로 예외 직군에까지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편 금융권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1년간 유예돼 내년 7월부터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4월 금융노조 출신인 김영주 장관이 은행권에 조기 도입을 요청하면서 도입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