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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규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3일 기준금리를 1.75∼2.00%로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로써 한·미 양국 간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0.50%포인트까지 차이가 벌어졌다. 더욱이 미국은 하반기에 2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면 가계 부담이 늘어나고, 올리지 않으면 한·미 간 금리 차가 1.0%포인트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또, 주초에 열린 G7 정상회의는 예상 대로 무역 문제를 놓고 미국 대 나머지 6개국의 대결 양상으로 마무리됐다. G7 정상회의가 결렬되면서 많은 전문가가 글로벌 무역 전쟁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 경제의 최근 변화들은 기업 차원의 경쟁이 아니라, 본격적인 국가 간 전쟁을 알리는 전주곡이 될 것 같은 조짐이다. 향후 G7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가 자국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하는 정책을 추진할 건 너무나 명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외부 환경의 변화가 유독 한국에 더욱 심각한 이유는 따로 있다. 우리 곁에는 바로 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및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는 노력은 다른 나라와 비교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중국이 미래 성장산업으로 선정한 디스플레이 산업이 좋은 예다. 글로벌 패널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과잉 때문에 대다수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어 추가 시설 투자 시기를 면밀히 조율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유독 중국 기업들만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엔 중국 내수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어느 정도 있지만, 자국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 정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내 화웨이, 샤오미, 하이센스 같은 세트 업체들과 동반으로 육성시켜서 수직계열화하려는 움직임까지 있다.

중국 정부는 디스플레이를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기 위해 다방면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보조금, 세제 혜택은 기본이고, 대부분의 신규 팹 투자는 지방정부와 공동 투자 형태로 추진한다. 또, 중국 정부의 반도체 국산화 추진 열기도 너무 무섭다. 반도체를 국가 산업의 핵심 근간으로 규정, 개발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고 있다. 정책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제도적 지원과 수요 창출까지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동시에 중국 정부는 도청이나 해킹 같은 문제를 구실로 해외 반도체 업체들을 조사하거나 압박하기도 한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선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기세다.

중국 정부의 국가적 차원의 투자에 맞서서 싸워야 하는 한국 기업의 현실은 너무 대조적이다. 신규 투자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세제 혜택은 고사하고,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속에서 글로벌 전쟁을 이겨내야 한다. 한국 기업의 이런 현실은 시장에서 숫자로 명확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패널 업체들의 전체 시설 투자 금액 중에서 한국 패널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2%에서 올해 12%로 급감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의 증설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시장의 현재 패러다임은 기업 간 경쟁의 시대가 아니라, 국가 간 경쟁의 시대가 됐다. G7 국가들과 중국이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하는 일들은 예측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한국의 개별 기업들이 상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 각국이 자국 기업과 시장을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상황에서 힘겹게 싸우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외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