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남해안의 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경남 사천바다케이블카(왼쪽)와 통영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두 케이블카는 인접해 있지만, 한려수도와 죽방렴 등 차별화된 볼거리로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사천시·통영시 제공

- 지자체 ‘바다 케이블카’ 건설 경쟁 가열

여수 작년 220만 탑승 ‘대박’
부산·통영·사천도 운영 시작
하동·거제·목포·진도 설치중

난립으로 채산성 악화 우려에
지자체들 “볼거리 더 확충할것”

남해안 해상 케이블카가 연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같은 효과에 바다 조망이 가능한 해상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어 남해안이 케이블카 경쟁 시대를 맞고 있다. 지자체 입장에선 케이블카가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는 특화된 랜드마크 시설이지만, 같은 권역에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실패할 수도 있어 신중한 이용률 분석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계획한 후 건설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경남, 부산, 전남도에 따르면 현재 남해안에 운영 중인 해상·바다 조망 케이블카는 부산 송도, 경남 통영·사천, 전남 여수 케이블카 등 4개다. 올해부터 2020년까지 개통 예정인 남해안 케이블카는 목포, 진도, 거제, 하동에서 설치 중이거나 행정절차를 밟고 있는 4개다.

현재 운영 중인 케이블카 중 가장 인기 있는 남해안 케이블카는 여수해상케이블카로 지난해 220만 명이 탑승해 최고 흥행 실적을 기록했다. 여수 돌산공원과 자산공원 간 1.5㎞를 오가는 이 케이블카는 지난해 여수 주요 관광지를 찾은 관광객이 처음으로 1500만 명을 돌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전라좌수영과 장군도, 오동도, 아름다운 항구와 밤바다를 조망할 수 있어 인기다.

부산 송도해상케이블카도 지난해 6월 말 개통된 뒤 지난 2월 말까지 8개월 동안 113만 명이 올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매출액은 150억∼200억 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길이 1.62㎞에 2개의 해상지주 높이는 50∼86m로 송도해수욕장과 외항의 해양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송도해상케이블카는 대도시의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송도해수욕장, 송도 구름 산책로(바다 위 10m 해상 산책로, 길이 365m), 캠핑장, 암남공원 산책로, 횟집촌 등의 주변 관광지가 함께 있어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 케이블카 덕에 송도해수욕장은 지난해 광안리해수욕장을 제치고 해운대해수욕장에 이어 2위로 올라섰고 주변 지역 상가는 물론 자갈치, 남포동까지 이어지는 인근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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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한려수도케이블카 역시 조선 경기 침체로 어려운 통영에 꾸준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2008년 4월 상업 운행에 들어간 이 케이블카는 2009년부터 매년 100만 명 이상이 탑승하고 있고 지난해에만 140만7000여 명이 탑승해 통영 관광의 인기 코스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케이블카의 대박 효과를 지켜보던 인근 지자체들도 바다 케이블카 건설에 뛰어들었다. 사천시는 지난 4월 13일 한려수도와 죽방렴, 창선·삼천포대교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바다 케이블카 운행을 시작했다. 이 케이블카는 총 2.43㎞로 전체 구간 중 81.6m를 한려해상국립공원 해상으로 운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근 하동군도 2019년 5월 개통을 목표로 노량해협이 내려다보이는 금오산에 레포츠단지와 연계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통영과 인접한 거제시도 동부면 학동고개에서 노자산 전망대까지 1.4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 2020년 3월부터 운행할 계획이다. 거제 케이블카가 개통되면 통영과 불과 30∼40분 거리여서 두 케이블카의 탑승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남에서도 목포와 진도군이 해상 케이블카를 건설 중이다. 목포 해상케이블카는 오는 9월 개통 예정이다. 유달산과 고하도를 연결하는 3.23㎞로 국내 최장 거리를 자랑한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대첩 현장인 울돌목을 가로질러 진도군 진도타워와 해남군 우수영을 잇는 950m 길이의 울돌목 케이블카는 오는 5월쯤 착공돼 내년 상반기 중 개통될 예정이다.

난립 우려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채산성 악화 등 부작용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해상 케이블카라도 저마다 조망할 경관과 역사적 현장,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달라 차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후발 주자의 추격을 받고 있는 여수시의 한 관계자는 “목포, 진도, 사천, 통영에서 볼 것이 따로 있고 여수에서 볼 것이 따로 있다”며 “케이블카 운영이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송도해상케이블카 관계자도 “이벤트 행사를 강화하고 테마파크에 가상현실(VR) 고공 공중그네 체험 시뮬레이터를 설치하는 등 볼거리를 더 확충해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도 남해안 해상 케이블카가 관광객 유치와 침체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고 국내 레저시설 상황을 볼 때 아직 케이블카 설치가 과도하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임형택 선문대 국제레저관광학과 교수는 “남해안에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곳이 많지만, 국내 여행 레저 시설은 풍족하지 않다”며 “하지만 같은 권역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먼저 설치된 케이블카의 이용률과 활용도를 분석해 개통 시기를 늦추는 등 건설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최근 개통한 사천 바다 케이블카의 경우 케이블카가 없는 남해군과 함께 활용하는 등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숙식과 볼거리, 지역대표 간식 등을 개발한 연계 관광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활용도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사천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