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여론조사가 속출하면서 야권의 대규모 정계개편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이번 야권의 참패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보수 진영 붕괴의 결과라는 점에서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야당의 ‘헤쳐모여’나 외부 인사 수혈에 그치지 않고 야권의 주도세력이 교체되는 수준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장 제1야당인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현재 6곳의 광역단체장을 수성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바 있다. 한국당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는 ‘샤이 보수층’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선거 판세가 현실화될 경우 홍 대표의 퇴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선거유세 과정에서 드러난 ‘반홍(반홍준표)’과 ‘친홍(친홍준표)’ 간 갈등이 당의 원심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데다 반홍 진영에도 내부 갈등을 추스르고 당 지지도를 회복할 뚜렷한 대안이 없어 바른미래당 등 다른 야당과 연대한 개혁을 추진하거나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선거 패배 위기감도 심각한 수준이다. 안철수 후보가 뛰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바른미래당이 전국적으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 정당득표율에서조차 의미 있는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현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할 수밖에 없다.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통상의 재건절차가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당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해 탄생한 바른미래당도 선거결과에 따라 다시 쪼개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확인된 일명 ‘안철수계’ ‘유승민계’ 간 갈등은 선거 이후에는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든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두 보수정당의 분열 양상과 원심력이 기존 정치권 내에서의 헤쳐모여 식 정계 개편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정치권에선 “완전히 새로운 리더십을 중심으로 야권이 재편돼야 차기 총선이나 대선에서 희망이라도 가져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같이 개혁적 인사를 일부 영입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치권 외곽에서 보수 진영의 새로운 리더 그룹을 형성한 뒤 이들과 기존 정치권 보수 진영이 연대하거나 이들을 중심으로 보수정당이 재편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윤희 기자 wor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