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시간 투표자 급증… 10분 이상 줄서서 ‘한표 행사’

- 사전투표 현장 스케치

“마음속에 정한 후보 있어
빨리 투표하려 달려왔다”
출국 앞둔 공항서도 북적

6·13지방선거 사전 투표가 시작된 8일 전국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에는 오전부터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지난해 대선만큼 투표 열기가 뜨겁지는 않았지만, 출근 시간이 되자 일찌감치 투표할 후보를 정한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 당시 많은 인파가 몰렸던 인천국제공항에는 이날 제1터미널(T1)과 지난 1월 개장한 제2터미널(T2) 두 곳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T1과 T2에 각각 16대와 7대의 투표용지 출력기를 준비했다. T1에서만 열린 지난 대선 사전투표 때는 14대였다. 아내와 오랜만에 서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공항을 찾은 노희천(60) 씨는 오전 9시 출발 비행기를 타기 40여 분 전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노 씨는 “오는 18일 귀국하게 돼서 투표를 못 할 줄 알았다”며 “사전투표소를 발견하고 출발 시간이 촉박하지만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T1 투표소에서만 약 1123명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했다.

새벽까지 비교적 한산했던 용산역 3번 출구 앞 사전투표소에는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부터 투표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10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이날 8시 30분쯤 국방부 소속 장교 및 사병 150여 명이 단체로 투표장을 찾아 기표소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용산구 주민 이기영(29) 씨는 “이미 마음속으로 정한 후보가 있다”며 “특별히 오늘 투표를 해야 하는 이유는 없지만 빨리 투표를 하고 싶어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투표소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역 3층 대합실에 차려진 사전투표소도 시간이 지날수록 투표자들로 붐볐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한건국(48) 씨는 “한국으로 출장을 온 김에 투표하게 됐다”며 “미국에 살면서 투표할 기회가 많이 없는데 사전투표 기간에 한국을 방문해 투표를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용산구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3789명이 사전투표를 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 주민센터에서도 시민들의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서 한산했던 사전 투표소에 점차 활기가 돌았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소영(여·23) 씨는 “원래는 경기도 양주에 사는데 공무원 시험 준비 때문에 여기서 살고 있다”며 “세금과 병역 등에서 청렴한 사람을 선택했다”고 답했다. 주덕규(62) 씨는 “자식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경제에 집중하는 후보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현진·윤명진·이희권 기자 jjin23@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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