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스워즈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에서 현지인 직원들이 리액터에 원료를 투입하고 있다. SK바이오텍 제공

-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

심혈관·당뇨 치료제 성분 추출
글로벌 제약사 30곳에 공급해
의약품 위탁생산 세계 톱10 꿈

글로벌 제약업체의 생산시설 격전지 아일랜드에 유일하게 진출한 한국 기업 SK바이오텍이 세계 일류(Top-tier) 위탁생산업체(CMO)의 꿈을 착착 키워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제약·바이오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1993년부터 지속해 온 투자가 아일랜드에서 어떤 열매를 맺을지 관심을 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북쪽으로 약 13㎞ 떨어진 스워즈(Swords)시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수백㎏ 규모 원료의약품(API) 생산능력을 갖춘 ‘소규모 시설’인 7번 공장과 t 단위로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 3번 공장에서는 당뇨치료제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거대한 솥단지 같은 ‘리액터(반응기)’에 원료 물질과 용매, 촉매 등 보통 5가지 물질을 넣고 온도와 압력 등을 조절, 화학반응을 통해 당뇨치료제로 적합한 분자구조를 갖춘 물질을 합성해냈다. 리액터에서 걸쭉한 막걸리 같은 형태로 만들어진 원료의약품은 우선 원심분리기 등을 이용해 분리·정제 과정을 거치고, 이어 여과·건조 공정을 거쳐 보통 밀가루 형태인 최종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이곳에서는 연간 50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당뇨치료제를 생산한다.

SK바이오텍 아일랜드에서는 연간 8만1000ℓ 규모의 API를 생산해 북미와 유럽 등지에 판매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API는 특허권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의약품 제조에 쓰인다. 노바티스,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AZ),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등 세계적인 제약사 30곳이 SK바이오텍의 주요 고객이다. BMS에 공급하는 심혈관제 6종과 AZ에 공급하는 당뇨치료제 2종 등이 핵심 제품이지만, 항바이러스제 등도 생산하고 있다. 박준구 SK바이오텍 대표는 “앞으로 항암제 쪽을 좀 더 많이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바이오텍은 BMS의 유일한 합성의약품 생산 설비였던 이곳을 지난해 6월 인수했다. 세계 일류 CMO로 성장하려면 해외 시설 구축이 필수적이고, 고난도 특화 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인수·합병(M&A)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제약 CMO 시장은 2015년 660억 달러에서 2025년 1270억 달러 규모로 팽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SK바이오텍 아일랜드는 본격적인 성장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연내 새 공장을 지어 내년 이후 상업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김현준 SK바이오텍 아일랜드 공장장(상무)은 “증설 공장에서는 5만∼6만 ℓ가량의 API를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0년 매출 1조5000억 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추가 M&A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완제의약품(DP)으로의 사업 확장도 검토 중”이라며 “미국, 유럽, 아시아에 생산 및 R&D 기지를 보유한 ‘톱 10’ CMO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스워즈 =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