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자” 결별 통보에 범행
전자발찌 범죄자 관리 구멍

결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30대 남성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이 자수하기까지 당국은 전혀 사태 파악을 못 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법당국의 우범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서울 중부경찰서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중구 신당동 한 원룸에서 자신의 여자친구 A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강모(32) 씨는 사법당국의 관찰을 받는 전자감독 대상자였다.

경찰 조사 결과 유흥업에 종사하던 강 씨는 지난 3월 20일쯤 A 씨와 교제를 하기 시작했으며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다른 남성과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다투다 헤어지자는 요구를 듣고 격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씨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이불로 덮어놓고 도망쳤다가 이틀 만인 지난 3일 새벽 현장을 찾아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은 강 씨를 긴급 체포한 뒤 구속했다.

강 씨는 과거 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은 뒤 법무부 서울보호관찰소의 전자감독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고 4년째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였다. 전자감독은 성폭력 사범 등 재범 위험성이 높은 특정 범죄자의 신체에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제도로, 대상자는 24시간 위치와 이동 경로가 파악되고, 보호관찰관의 밀착 지도와 감독을 받게 되어 있다.

보호관찰소 측은 그가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도망간 뒤 직접 자수하기까지의 행적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묻자 답변을 아꼈다. 서울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자발찌와 두 사람이 결별한 데에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재범을 저지른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에는 특수강도강간죄로 6년을 복역하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받은 채 출소한 김모(38) 씨가 화장실에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범행을 제지하던 남성을 찔러 살해하려다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