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오는 12일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막 시간을 오전 10시(한국시간)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여러 채널의 실무 협상에서도 진전이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회담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특히,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접견 뒤 단기간 내 완전한 핵폐기(CVID) 목표에서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 자칫 ‘나쁜 합의’를 종전선언 등으로 덧칠해 내놓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물론 미 행정부는 급히 진화에 나섰다. 그렇지만, 의구심은 여전하다. 핵폐기 방법, 주한미군, 종전선언, 비용 부담, 대북 제재 등을 놓고 졸속 합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미국 민주당의 상원 지도부는 이를 우려하는 서한을 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성공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은 회담 ‘성공’에 대한 기준이 다소 다를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한 핵무기 위협을 단기간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 동맹 약화가 초래돼선 안 된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분으로 미국의 핵우산이 약화해서도 안 된다. 미국 입장에서는 1차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위협을 제거하고 핵 폐기는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하려 할 수도 있다. 회담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가 안보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나쁜 합의로 흐를 여지가 보이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폐기 문제가 애매한 상태로 남겨지거나, 한국의 안보 이익을 훼손할 가능성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차단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서라도 핵 폐기 범위와 일정표에 대해 묻고, 북한 체제 보장으로 인한 한국 안보 영향에 대해 정교하게 협의해야 한다. 또, 한국이 대북 경제 지원을 맡을 것이라는 발언의 진의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통일부는 고위급회담 후 남북 교류 확대에 집중하고 있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사전 투표’까지 하면서 남·북·미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것 같다. 구체적 CVID 일정표와 시한이 없는 상태에서 대북 경제 지원을 하고, 남북 대치 현실이 그대로인데도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안보 자해다. 트럼프 대통령은 5개월 후 중간선거를 위해 나쁜 합의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해 해버리면 그만이지만, 대한민국에는 안보 재앙으로 닥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