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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 KBS2 ‘거기가 어딘데’

- 두니아

모바일 게임 ‘듀랑고’ 원작
유노윤호·정혜성·권현빈 등
설정된 야생 공간서 상황극

“관찰예능보다는 신선하다”
“유치하고 손발 오그라들어”

- 거기가 어딘데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등
수렵·여행 아닌 탐험스토리
아라비아 사막 횡단에 초점

“자극적이지 않아 기대 이상”
“여행예능의 ‘짝퉁버전’ 실망”

TV에서 출연자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먹을거리를 즐기는 이른바 ‘관찰 예능’의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지난 주말 처음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2편이 기존 예능의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여행’ ‘먹방’에 대해 “이젠 지겹다”는 반응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에서 새로운 소재와 포맷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3일 방송된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는 지금껏 예능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소재인 게임을 차용했다. 지난 1월 출시된 넥슨의 모바일 게임 ‘듀랑고’의 콘셉트를 원작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야생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관계를 맺으며 생존하는 모습을 담는다. ‘야생’과 ‘생존’이라면 언뜻 SBS ‘정글의 법칙’이 떠오른다. 하지만 ‘두니아’는 실제 상황이 아니다. 야생으로 설정된 가상공간에서 출연자들이 미리 짜인 대본에 따라 일종의 상황극을 펼친다.

그렇다면 드라마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는데, 상황극만 있는 게 아니라 시청자들의 ‘선택’ 등 실시간 투표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또 다르다. 1회를 보고 난 시청자들의 “이게 예능인지 드라마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은 게 이런 이유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연출한 박진경 PD는 “새로운 예능을 고민하다가 게임과 방송의 결합을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고, 겉포장은 게임 같은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면서 “지난 10년간 득세했던 리얼 버라이어티를 뒤집어보겠다는 생각 때문에 형식도 ‘언리얼(Unreal) 버라이어티’를 내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유노윤호, 권현빈, 정혜성, 샘 오취리, 우주소녀 루다 등이 외딴섬으로 ‘순간이동’해 생존해나가는 모습이 방송됐다. 영화를 방불케 하는 배경화면,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자막 등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시청률은 동시간대 다른 방송의 절반에 못 미치는 3.5%를 기록했다.

시청자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시청자들은 “지긋지긋한 ‘먹방’과 자기들이 찍고 보는 관찰 예능보다 차라리 이런 게 낫다” “미래 예능이란 이런 것”이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매우 실험적이고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는 공감했다. 반면 다른 시청자들은 “‘일밤-인생극장’의 쥬라기 공원 버전 같다” “이런 예능 처음이긴 한데 유치하고 손발을 오그라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1일 방송된 KBS2 ‘거기가 어딘데’는 여행 예능의 대표 프로그램인 ‘1박 2일’을 연출했던 유호진 PD가 새로 만든 예능이다. 아라비아의 거친 사막을 누비는 4명의 여행을 담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방점은 여행보다는 ‘탐험’에 찍혀 있다.

유 PD는 “기존의 여행이나 생존 프로그램은 사람과 자연의 싸움, 수렵이나 채집 등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기에는 그런 활동이 없다”며 “시작점에서 끝으로 이동하는 어떤 사람들의 이야기, 탐험가들의 선형의 스토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방송에선 지진희, 차태현, 조세호, 배정남 등 출연자 4명이 뭉쳐서 사막의 여정을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지진희를 탐험대장으로 각자 정보, 보건, 식량 등을 담당하고 사막을 횡단하는 목표에 모든 초점을 맞췄다. 거칠고 광막한 화면과 신비로운 배경음악이 출연자들의 엉뚱한 행동과 배치되며 뜻밖의 웃음을 자아냈다. 시청률은 금요일 오후 11시치곤 꽤 높은 3.3%가 나왔다.

고정 출연자로선 처음 예능에 출연하는 지진희는 “40대가 되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여기에 살고 있나 같은 인생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사막에서 걷다 보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자진해서 탐험대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역시 시청자 반응은 교차했다. 어떤 시청자는 “‘나 혼자 산다’도 질리고 해서 우연히 봤는데 기대 이상.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몰입했다”고 한 반면, 다른 시청자는 “여전히 여행이 테마, 결국 ‘짝퉁’ 버전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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