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硏‘긍정효과 90%’ 뒷받침
KDI “得보다 失 … 속도 조절”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엇갈린 목소리를 내놓은 것과 관련, 두 기관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대리전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노동연구원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경제수석의 ‘최저임금 인상 긍정적 효과’ 주장에 힘을 싣고 있지만 KDI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주장을 뒷받침해 연구기관까지 최저임금 인상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심판)이 누구 손을 들어주든지 간에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오후 발표된 KDI의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2020년 1만 원’이 달성되도록 향후 2년간 최저임금을 15％씩 인상하면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이 없는 경우 고용감소 규모가 2019년 9만6000명, 2020년 14만4000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을 지속하면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다.김 부총리가 최근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고용과 임금에 영향을 미쳤다’와 ‘최저임금인상 속도 조절론’ 등 소신 있는 발언을 쏟아낸 배경에는 KDI와 해외 사례 등의 데이터를 공유했을 가능성이 크다. KDI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기재부의 요청이 있었던 자료가 아니지만, 해외 데이터는 연구소만 볼 수 있는 자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서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소득이 감소한 요인 중에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취지의 소신 있는 발언을 했지만 청와대 참모들로부터 심한 반박을 받았다. 장 실장과 홍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은 노동연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고용 근로자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김 부총리를 공격했다. 하지만 노동연구원은 자영업자, 무직자 등을 제외한 채 임금 근로자만을 분석 대상으로 해 경제학자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