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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안통하자 바꿔
가담자는 2년새 3배 늘어

지난해 12월 제주시의 빌라 두 채를 빌려 보이스피싱 콜센터를 운영하다 사기 혐의 등으로 적발된 51명의 대만 보이스피싱 조직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중국 본토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120여 대의 스마트폰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중국에 전화를 걸어 현지 수사기관을 사칭, 돈을 뜯어냈다.

스마트폰이 활용되면서 가장 대표적이면서도 빈번하게 벌어지는 국제범죄인 보이스피싱의 피해는 경찰의 단속을 비웃듯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보이스피싱 근절이 힘든 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벌어지는 범행의 특성 때문이다. 대만 조직이 한국을 ‘아지트’로 활용했듯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은 외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 1만8549건이었던 보이스피싱 피해는 2016년 1만7040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지난해 2만4259건으로 다시 크게 증가했다.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금액은 2015년 2040억 원, 2016년 1468억 원이었고, 지난해 2470억 원으로 늘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다시 급증한 건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방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자 범죄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거 경찰이나 검찰 등의 수사관이라고 소개하며 범행을 저질렀던 보이스피싱 조직이 최근엔 신용등급을 문제로 대출이 어려운 이들에게 대출을 알선해준다며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고 있다.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은 2015년 7329건에서 지난해 5685건으로 감소했지만, 대출 사기형은 1만1310건(2015년)에서 1만8574건(2017년)으로 늘어났다.

피해 금액은 같은 기간 970억 원에서 1503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체포된 대출 사기형 보이스피싱 가담자는 2만548명에 달한다. 2015년 6464명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4일 “보이스피싱은 전화 한 통을 안 받아본 사람이 없을 정도지만, 전화를 거는 이른바 콜센터와 조직을 관리하는 총책이 필리핀, 중국 등 해외에 있어 근절이 힘든 측면이 있다”며 “범죄에 국경이 없어지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국제수사 공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