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불안한 성수기 3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빙그레 도농 제2공장 빙과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바쁘게 일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上) 제도·현실 괴리 심각

채용된 인력이 비수기엔 부담
실질임금 축소·생산성 하락도
사무직은 근로시간 기준 모호
업무상 식사·해외출장 등 혼돈

해외 파견직 많은 건설업계는
工期 못 맞추면 보상금 우려도

3일 빙과류를 생산하는 빙그레 남양주의 도농 제2공장. 쉴 새 없이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며 ‘메로나’ ‘더위사냥’ ‘비비빅’ 등 빙과를 생산하고 있었다. 공정마다 포장지를 넣고, 제품을 검수하고, 완제품을 박스에 담는 일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여름 성수기를 맞아 이 공장은 6~7월은 24시간 풀가동을 한다. 그동안 2교대 체제로 성수기를 넘겼지만 7월부터는 ‘주 52시간’을 지키기 위해 1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이처럼 여름철 성수기를 맞은 가운데 근로시간 단축까지 지켜야 하는 빙과 업계는 비상이다. 롯데푸드 역시 생산직 인력의 10%를 추가 고용키로 했다. 남양유업은 분유나 분말커피 등의 공장은 주 1일 휴무를 고려 중이다. 닭고기 가공업체 하림도 현재의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는 현 인력보다 200명을 추가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수기에 접어들면 일시적으로 늘어난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지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산업 현장은 대혼란이다. 근로자의 실질 임금 축소, 업종의 특수성에 따른 우려와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은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생산 현장에서의 구인난은 심각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공장이 농촌 지역이나 교외에 있다 보니 일손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성수기와 비수기가 뚜렷한 업종의 경우 성수기 정규직 추가 채용이 비수기에는 부담으로 돌아온다. 현장 근로자들은 수당의 감소로 실질적인 소득의 감소로 이어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노사 합의하에 최대 3개월로 제한된 탄력근로시간제를 1년 이상 늘려달라”는 호소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 사무직에서는 업종 간의 특수성에 따른 근로 시간 산정 범위 등이 엇갈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업무 시간 내의 화장실 이용과 거래처 직원과의 업무상의 식사, 해외 출장 등 어디까지 근무 시간으로 산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잣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당수 기업이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PC가 켜지지 않도록 하거나 사무실을 나가도록 하는데, 일의 양이 줄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를 나가 이른바 ‘카톡 업무’나 ‘재택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해외파견직이 많은 건설업은 혼선이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업종 중 하나다. 해외 건설현장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67시간이다. 현 인력으로는 공기(工期)를 맞출 수 없어 수주 경쟁력이 급감하고 지체 보상금도 물어내야 할 형편이라는 게 업계 주장이다.

4월 현재 해외파견 국내 건설 근로자 수는 1만6543명으로 해외건설협회는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할 경우 최소 20% 이상 추가 고용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자국민 채용을 요구하며 국내 파견 근로자들의 비자를 내주지 않으려는 발주국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 이전에 계약이 체결된 공사분에 한해서라도 예외 적용을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세영·김성훈·박수진·손기은 기자 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