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官街 “부총리 사의 시간문제”

文 “저소득층 임금 증가” 발언
자영업자 일자리 감소 쏙 빼고
근로자 가구 소득만 계산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低)소득층 가계소득이 감소한 게 소득주도 성장 실패라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증가 때문이라는 진단이 성급하게 내려지고 있는데,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상 기재부를 질책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강력히 옹호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다소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온 김동연(사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아니라, 장하성 정책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들의 손을 들어준 것도 기재부 공무원들을 깊은 자괴감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세종 관가(官街)에서는 “이런 상황이면 김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하는 것은 시간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로 제대로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져서 김 부총리가 말을 해도 시장에서 ‘영(令)’을 세우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31일 밝힌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말의 근거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 분명한 것은 고용 근로자의 근로소득은 전반적으로 증가했고, 그 가운데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이 증가해 개인 근로소득의 불평등이 개선된 반면, 고용에서 밀려난 근로 빈곤층의 소득이 하락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근로자는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으나,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감소가 가구소득 격차 확대의 중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며 “고용 근로자들의 근로소득 증가와 격차 완화, 그리고 중산층 가구의 소득 증가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에 문의한 결과, “근로자 가구와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통계는 통계청이 담당하는 게 맞는데, 다른 통계는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올해 소득 하위 20%(1분위) 중에서 사무직·생산직 근로자로 구성된 ‘근로자 가구’의 소득은 198만144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2% 늘었다. 반면 자영업자·무직자로 구성된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은 80만6242원으로 13.8% 줄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사무직·생산직보다는 자영업자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근로자 가구의 소득만 따로 떼어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라고 얘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경제 부처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들이 좋은 지표를 찾기 위해 참 애를 많이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