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송인호 골프파트너코리아㈜ 대표가 지난 5월 25일 경기 하남시 위례 신도시 내에 개장 준비를 마친 ‘골프파트너’ 1호 직영 매장에서 골프채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인호 골프파트너코리아㈜ 대표

날짜·코스 성적·퍼트수 꼼꼼히
동반자 스코어까지 상세 기록
모든 라운드 평균 내보니 89타

대기업 나와 中古클럽 유통사업
지난달 직영 매장 1호점 오픈
브랜드 등 10여 가지 점수 환산
세계 유일 평가 시스템 적용
믿고 사고파는 고객 신뢰 자신

송인호(57) 골프파트너코리아㈜ 대표는 최근 다니던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새 사업 아이템으로 ‘중고 골프채’를 택했다. 지난 5월 25일 경기 하남시 위례신도시 내에 ‘골프파트너’ 1호 직영 매장을 연 송 대표는 “골프채 유통 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5월 23일 오픈 준비에 바쁜 송 대표를 1호 매장이 들어선 건물 2층의 골프파트너 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1986년 LG전자에 입사한 송 대표는 LG필립스 아시아 본부장, GS그룹 계열 코스모그룹 사업조정실장을 거쳤다. 7년 전 일본 마루망 골프 인수·합병(M&A)에 관여하면서 골프 사업에 관심을 가졌고 2012년부터 올해 초까지 아웃도어와 각종 스포츠용품을 판매하는 제비오스포츠 코리아㈜ 대표를 지냈다.

송 대표가 골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0년 LG전자 호주 시드니 지사에 근무할 때부터. 당시 입사 5년 차였다. 호주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게 골프였다. 1992년 LG전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사장 근무 시절이 송 대표의 전성기였다. 코스모그룹 H회장이 송 대표의 직계 상사여서 해외 시찰 때마다 골프를 자주 즐겼다. 이런 인연으로 H회장이 GS그룹으로 분가할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왔다.

1997년까지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했던 송 대표는 첫 싱글패를 받기도 했고, 이 무렵 자카르타 인근 에메랄드골프장에서 베스트 스코어인 77타를 기록했다. 9홀에 이븐파 36타. 송 대표는 호주에서 처음 머리얹던 날 회사 임원을 포함해 상사들과 필드에 나갔다가, 긴장한 탓에 부들부들 떨면서 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렇게 몇 번 실수 끝에 딱 한 번 잘 맞아 200m를 빨랫줄처럼 날렸을 때 전율을 느꼈다. 이후 골프가 자신에게 딱 맞는 운동이라고 생각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물론 골프를 할수록 실망이 많았지만, 여전히 골프를 할 때면 흡사 타깃을 보면서 사냥하는 짜릿함과 스릴을 느낀단다.

대기업 임원을 지낸 그가 굳이 ‘중고 채 유통’에 손을 댄 이유가 궁금했다. 송 대표는 “일본의 선진 판매 기법을 도입했기에 새 골프채를 파는 것보다 더 높은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국내 골프숍 상당수가 새 채를 팔기 위한 ‘보상 판매’ 수준이었기에 가격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책정해 소비자의 불만을 사 왔다”면서 “이젠 중고 채도 믿고 사고파는 시대가 왔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는 고객이 중고 채를 갖고 오면 브랜드와 모델, 외형 변형, 샤프트 교체 여부 등 10여 가지를 체크해 점수로 환산하고 가치를 평가한다. 중고차 평가 항목과 흡사한 ‘버디 넷 시스템’을 통해 가격을 산출해 판매하거나, 소비자가 들고 온 중고 채를 매입한다는 것.

일본에서 개발한 ‘버디 넷 시스템’은 중고 채에 관한 한 전 세계에서 유일한 평가 시스템이다. 그런 만큼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는 설명.

송 대표는 해외 지사장 시절 거래처 지인으로부터 “골프를 신중하게 하려면 스코어 카드를 모으라”는 조언을 듣고 2006년부터 ‘골프 일기장’을 써왔다. 스코어 카드를 가져가 그날의 라운드를 ‘복기’하면서 일기장처럼 적고 관리해왔다. 라운드 날짜, 인 아웃 스코어, 퍼트 수, 동반자까지 적어놓았다. 1년에 많을 땐 60회 라운드를 할 때도 있었다. 2009년에 한국에 들어온 뒤로는 동반자까지 스코어를 추가했다.

홀인원은 유일하게 중국 출장길에 올랐다가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의 인리(銀利) 골프장에서 작성했다. 송 대표는 새 사업 준비에 바쁘던 1개월 전 강원 춘천의 강촌골프장에서 생애 6번째 이글을 낚았다. 지인들과의 라운드였다. 파 4홀에서 피칭웨지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갔다.

송 대표는 한국 골퍼들의 소비 패턴은 일본과 많은 차이가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 골퍼들은 채를 고를 때부터 아주 신중하다. 일본 골퍼들은 꼼꼼히 비교하고 골프숍의 전문가에게 묻거나 시타를 해본 뒤 구입을 결정하는 편인 반면 한국 골퍼들은 처음 배울 때부터 주변의 추천이나 입소문에 민감하고 특히 드라이버는 “친구가 쓰는데 많이 나가더라”면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송 대표는 “중고 채도 잘만 고르면 가성비를 올릴 수 있다”며 “좋은 채를 고르려면 반드시 시타를 해 본 다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같은 모델이라도 상태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인 점도 체크해야 할 사안이다.

송 대표는 5년 내 전국에 직영점을 포함해 대형 매장 50곳을 만들 계획이다. 매장마다 크기에 따라 4000∼1만 개의 중고 골프 채를 갖춰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스펙을 구비할 작정이다. 중고 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새 제품 비중도 40%가량 늘릴 계획이다. 우선 PB 상품으로 일본에서 3년 연속 드라이버 판매 1위를 기록한 ‘넥스젠’ 브랜드의 신품 클럽을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일본은 국내와 달리 고반발 페이스 대신 샤프트 설계로 10% 이상 비거리를 늘린 고반발 성능의 드라이버를 제작하고 있다.

송 대표는 5년 전 귓속에 암세포가 자라는 희귀 질병 ‘외이도 암’ 수술을 받았다. 이후 한동안 균형 감각이 떨어져 일상을 되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골프를 할 때면 거리를 맞추기 어려웠다. 다행히 체력이 회복되면서 거리감은 어느 정도 회복한 상태. 송 대표는 “이렇게 지금처럼 골프를 칠 수 있는 것만도 내겐 행운”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얼마 전 지금까지 모은 스코어 카드의 ‘평균 타수’를 계산했더니 89타였다며 욕심 같아선 80대 타수를 유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