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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희원·라작 커플

“낯선 외국인이 말을 걸어 무서웠을 때 라작이가 ‘짠’하고 나서서 막아줬어요. 듬직한 그 모습에 반한 거죠.”

올해로 2년 차 커플인 정희원(여·23) 씨가 압둘 라작 하센 셀리(30·니제르, 이하 라작) 씨와 사랑에 빠진 이유다. 여행지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희원 씨에게 이른바 찝쩍(?)거릴 때 SNS 대화 친구에 불과했던 라작이 나서서 막아줬다고 한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봤다.

희원 씨가 기억하는 라작 씨와 첫 만남은 클럽에서였다. 유학생들과 놀러 간 클럽에서 만난 라작 씨가 희원 씨 SNS 아이디를 물었다.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 희원 씨는 아이디를 알려줬다.

하지만 라작 씨가 기억하는 희원 씨와 첫 만남은 그보다 앞선다. 라작 씨는 희원 씨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 희원 씨를 처음 봤다. 그 순간 반했단다. 그렇다고 길을 가는 여성을 붙잡고 연락처를 물을 수는 없는 노릇. 클럽에서 우연히 희원 씨를 본 순간 라작 씨는 ‘지금 아니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에 SNS 아이디를 물었다고 한다.

아이디는 건넸지만, 둘 사이 연락이 자주 오간 건 아니었다.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하더라도 희원 씨 역시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

“온전히 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동양 여성을 만나보고 싶어 (라작이) 연락하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라작에게) 연락이 오더라도 경계했죠. 또 당시에는 막연하게 흑인에 대한 편견도 있었고요. 흑인은 바람둥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었거든요. 물론 근거 없는 얘기지만요.(웃음)”

라작 씨의 연락은 희원 씨가 여름방학 기간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도 계속됐다. 거의 100일 가까운 기간 라작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희원 씨 글에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눌렀다.

“제가 올린 글에 빠짐없이 (라작이) 반응을 보여줬어요. 예를 들어 제가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올리면, ‘어디냐, 경치가 예쁘다’는 등의 내용으로 댓글을 달아줬어요. 당시 제가 한국에 있었지만, 중국에 있는 라작과 일상을 공유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자연스럽게 라작에 대한 경계도 조금씩 풀리더라고요.”

여름방학을 마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길. 희원 씨는 라작 씨에게 ‘같이 밥을 먹자’고 제안했다. 라작 씨가 그토록 기다렸던 연락이기도 했다. 희원 씨 마음속 한 곳에는 ‘이런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마음도 싹트기 시작했다.

친해지고 싶다는 단순한 호감이 ‘이성적 호감’으로 바뀐 건 특별한 사건(?!) 때문이라고 한다. 둘이 관광지로 놀러 갔을 때 일이다. 스페인 남성이 희원 씨에게 찝쩍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통하지 않아 뿌리칠 방법이 없을 때. 라작 씨가 그 남성에게 다가가 주의(?)를 줬다. 정중하면서도, 명확하게.

“사실 라작은 순박한 시골 청년 같아요. 보기와 달리 수줍음도 많고 쑥스러움도 많아요. 근데 제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더니 라작 모습이 180도 바뀌더라고요. 정중하면서도 명확하게 찝쩍대는 남자를 막아줬죠. 한국식 표현을 빌리면 ‘남자다잉∼’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웃음)”

2년 차 커플이지만, 희원 씨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졌던 것처럼 아직 주변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고 한다.

“중국에선 라작과 같이 다니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진을 찍어요. 지하철, 식당 장소를 가리지 않죠. 흔치 않으니까 관심 두는 건 나쁘지 않다고 봐요. 하지만 ‘왜 흑인을 만나냐’ 등 인종 차별적인 발언은 참아주셨으면 해요. 적어도 제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본 결과 조금도 다르지 않거든요. 피부색에 따라 더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은 전혀 아니잖아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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