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은 “불가피한 조치”

국내 항공사들이 기상당국을 상대로 사상 첫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기상청이 1일부터 국제선 항공기 착륙 편당 6170원을 받던 항공기상정보 사용료를 85% 인상한 1만1400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기상정보의 질이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떨어져 오히려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사용료가 오를 경우 운임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피해를 승객이 떠안게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상청은 처음부터 사용료가 낮게 책정돼 10년 넘게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인상을 억제해왔다면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정보 생산비용의 약 93%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실정에서 사용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항공사는 지난달 16일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하려던 항공기 11편이 회항한 소동에 대해서도 기상청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당시 기상청 예보에 뇌전(천둥·번개)이 없다던 첫 발표는 5시간 뒤 변경된 예보에 갑자기 뇌전이 추가됐고, 이 때문에 항공기들이 회항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항공사 관계자는 “기상청 정보의 질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떨어지다 보니 혼선이 잦다”며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한다면 사용료를 얼마든지 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항공기상정보를 안전 등의 이유로 기상청에서만 제공하도록 한 현행법도 정보의 질을 낮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기상청은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항공기상정보 선진화를 위해서라도 사용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항공기상정보 생산 원가를 100% 회수하려면 건당 5만 원을 받아야 한다”며 “정보 품질향상을 위해 조만간 공청회를 열어 항공사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