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동계의 대표적 적폐로 꼽히는 고용 세습 단체협약에 대해 올 들어 한 차례도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30일 공개한 고용부 자료에 따르면 고용 세습 시정명령은 지난해에도 5건에 불과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5월 이후엔 1건뿐이었다고 한다. 2016년 25건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떨어졌다. 문 정부가 노동계 요구를 받아들여 ‘시정명령 제도 개선’을 국정 과제에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자녀 등을 우선·특별 채용하거나 입사 때 가산점을 주는 고용 세습은 불법이다. 고용정책기본법·직업안정법은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성별·연령·신체조건 등과 함께 ‘신분’을 이유로도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용 세습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많은 사업장이 포기했지만,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아직도 29곳이 남아 있다고 한다.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 ‘강성 귀족노조’가 있는 대기업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업자 수는 올 1월부터 4개월째 100만 명대를 넘어섰고, 청년층 체감실업률은 23%를 웃돈다고 한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소하겠다면서 지난해 말 11조2000억 원에 이어 5월 국회에서도 3조8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기업의 고용 세습을 방조한다면, 청년 일자리를 말할 자격도 없다. 결과적으로 채용 비리를 조장(助長)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의 취업 비리 수사와도 배치된다. 강성 노조 위세를 생각할 때, 고용 세습을 노·사 차원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는 시정명령을 강화하고, 국회는 관련 입법을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