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에서 법리적으로는 물론 상식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첫째,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여러 무리한 단계를 거쳐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임 사법부를 적폐인 양 몰고 ‘사법(司法) 행정권 남용’ 운운하며 검찰 고발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법원 내부 문제를 검찰 수사로 해결하겠다는 발상도 황당하지만, 이미 내려진 판결에 법원이 불신을 부추기는 행태는 사법 독립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을 김 대법원장이 사실상 앞장서니 더 이해하기 어렵다.

둘째,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을 들춰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판결 거래’를 한 것처럼 비치게 하고 있다. 판사 블랙리스트 논란과 관련해 3번째 조사를 벌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은 지난 25일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그 대신, 별건(別件)으로 상고법원 설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만들었던 자료를 꺼내 문제 삼았다. 여기에 ‘KTX 승무원 정리해고 판결, 전교조 법외노조 판결 등을 활용해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 그런데 이미 판결이 끝난 사건들이어서 실제 판결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조사위도 ‘형사 조치’ 불가 결론을 내놨다.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 그 반대의 오해를 낳기 쉽다.

셋째, 특조단은 김 대법원장 언급에 따라 결론을 뒤집었다. 전임 사법부가 상고법원 설치에 비판적인 일부 법관의 성향을 파악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판결을 모아 청와대를 설득하자는 방안을 검토한 문건을 만든 것 등은 잘못이다. 그러나 형사 처벌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 특조단도 그런 결론을 내렸으나 김 대법원장이 “모두 고려”라고 하자 입장을 틀었다. 이런 사람들의 판결에 신뢰가 가겠는가.

넷째, 이런 기류에 편승해 일부 판사들은 물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이 고발에 나서기로 했고, KTX 해고 승무원들은 대법정을 점거하고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외쳤다. 이런 현상이 확산하면 법리 재판 아닌 ‘코드 재판’‘인민재판’으로 흐른다. 이런 문란을 현 사법 권력이 부추기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국기(國基)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