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체제 보장’ 본격 협상…文정부, 안보 이익 지키겠나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미·북 실무 협상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비핵화 및 의전·경호 관련 실무 협상이 각각 진행 중인 상황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하기 위해 30∼31일 뉴욕을 방문한다고 미국 측이 발표했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CVID)에 대한 보상, 즉 체제 보장(CVIG) 협상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김영철은 천안함 폭침 주도 의혹으로 미국의 독자 제재 대상에 올라 있지만, 이번 방문을 위해 미국은 한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취했다.

폼페이오-김영철 협상에선 미·북 정상회담에 올려질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담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가시적으로 CVID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 핵탄두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반출과 함께 초단기 비핵화 및 무제한 사찰 등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은 필연적으로 한국의 안보 중추인 한·미 동맹과 직결된다. 미국은 비핵화 대가로 대북 제재 완화 및 경제 지원 등을 제공한다는 구상이지만, 북한은 일관되게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및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관철될 경우, 한국의 안보 기반인 한·미 동맹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북한은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로 대북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 체제 보장을 위해선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핵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요구해왔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회담을 앞두고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 미·북 밀실 거래가 이뤄질지 모르는 만큼 문재인 정부는 눈을 부릅뜨고 주시하면서 한·미 공조를 긴밀히 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 “미국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요청했다”고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8일 사설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 편이라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한국 관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2일 워싱턴 정상회담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통역하지 말라고 하는 등의 일도 있었다. 한·미 불신이 이 정도라면 한국의 안보 이익을 지키기 어렵다. 이젠 문 대통령이 ‘중재자’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미국과의 안보 공조를 더 강화해야 할 때다.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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