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울산 동구 방어동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 전경. 수주난으로 대부분의 공장이 텅 빈 채 방치돼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 현대重, 일감難 장기화… 울산 동구‘신음’

해양플랜트는 42개월째‘0’
7월엔 해양부문 독까지 스톱
유휴인력만 3000명 달할 듯

조선 불황에 근로자 떠나자
인구 줄고 공실률 14%P↑
식당매출 1년새 50% 급감

정부, 산업위기지역 지정

“현재 진행 중인 ‘나르스 프로젝트’(아랍에미리트 원유생산시설)가 7월 말 모두 마무리되면, 해양 야드에는 더이상 우리가 할 일이 없습니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최근 담화문을 통해 직원들에게 밝힌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동안 일감확보를 위해 여러 해양 프로젝트의 수주에 참여했으나, 중국과 싱가포르 업체와의 원가 경쟁력에 밀려 수주에 실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30일 현대중에 따르면 2014년 12월 이후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42개월째 수주 ‘0’을 기록하고 있다.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 분야도 2014년 말 선박 수주잔량이 145척이었으나, 2015년 말 141척, 2016년 말 103척, 2017년 말 96척, 올해 4월 말 현재 86척으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11개의 독(dock) 중 군산조선소 1개를 비롯해 울산 조선조 4, 5독 등 모두 3개의 독이 2016년 이후 가동(신규 조선작업)을 멈췄다. 7월 이후에는 나르스 프로젝트가 끝나는 해양부문에도 독 1개가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이 같은 혹독한 수주난으로 하반기에 3000여 명의 유휴인력 발생이 불가피하게 됐다.

조선업의 불황은 근로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 직원은 2013년 말 2만7000명에서 4개 법인으로 분리되기 전인 2017년 3월에는 2만3000여 명으로 4000여 명이 줄었다. 사내협력업체도 3년 전 250여 개사 3만8000여 명에서 현재 148개사 1만3000여 명으로 근로자가 65%나 줄었다. 이와 관련, 현대중 관계자는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무척 힘든 시간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견뎌야 할 때”라며 “어쩌면 그 이상의 희생을 치러야 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금의 위기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대중의 불황은 지역사회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현대중이 위치한 울산 동구의 지난 4월 말 인구는 17만477명(외국인 포함)이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4월 17만6795명과 비교했을 때 3.6% 줄어든 수치다. 2016년 3월 이후 25개월 연속 감소세이기도 하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근로자가 떠난 게 결정적 원인이다.

부동산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현대중 해양사업부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했던 동구 방어동 일대에는 ‘원룸 즉시 입주 가능’이라는 전단을 여기저기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동구 전하동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19.6%로 전 분기 대비 14.1%포인트나 급증했다. 부동산업계는 실제 공실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30% 이상이라고 전하고 있다. 지역 내 원룸 가격도 뚝 떨어졌다. 3∼4년 전에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여만 원 하던 원룸이 지금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20만∼30만 원으로 떨어졌다.

지역 상가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한때는 저녁마다 불이 켜져 현대중 직원들의 회식장으로 넘쳐났던 동구 지역 식당들도 요즘은 한 테이블 손님도 맞이하기 힘든 실정이다. 한국외식업협회 울산 동구지부 관계자는 “동구 지역 식당의 매출이 1년 전보다 40∼50%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정부가 29일 울산 동구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함에 따라 조선업 불황으로 인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지역 경제가 다소나마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울산시는 동구의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과 관련, 우선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정부 추경 예산 361억 원으로 동구 대왕암공원 증강현실(AR)콘텐츠 체험존 조성, 울산대교 전망대 가상현실(VR)체험 콘텐츠 스테이션 조성 등 동구 지역 경제살리기 사업에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