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LG전자 모델들이 30일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있는‘LG 베스트샵’에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살펴보고 있다. LG전자는 이날 기존 신제품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보급형 올레드 TV를 출시했다. LG전자 제공

스포츠행사 많은‘짝수해’맞아
LG, 55·65인치 61만원 낮춰
삼성도 모든 신제품 가격 내려

대형TV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불붙었다. 굵직한 스포츠이벤트가 겹친‘짝수해’를 맞아 제조업체들이 성장률이 가파른 대형 TV 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기 위해 할인 공세에 나선 것이다.

포문을 연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30일 보급형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2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나온 55인치와 65인치 올레드 TV는 각각 239만 원, 459만 원이다. 이는 지난 3월 출시한 신제품에 비해 약 61만 원 낮은 가격이다. 이미 전년 대비 가격을 인하한 신제품보다 출고가를 더 낮춘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LG전자는 보급형을 앞세워 올레드 TV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가 올레드 TV를 처음 양산한 2013년과 비교하면 55인치 가격은 1500만 원에서 239만 원으로 6분의1 이하로 낮아졌다. 초대형 액정표시장치(LCD) TV 가격도 파격적으로 낮췄다. 1400만 원에 팔리던 86인치 TV는 410만 원 낮춘 990만 원에 판매된다.

올해 TV 가격 경쟁은 예년과 달리 일찌감치 시작됐다. 통상 제조업체들은 신제품 출하가를 3분기 이후 떨어뜨린다. 그러나 올 들어 글로벌 양대 TV 메이커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분기부터 가격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5월 국내 출시한 55인치 QLED TV를 작년 485만 원에서 올해 349만 원으로 28% 낮추면서 모든 신제품 가격을 내렸다. LG전자도 3월 내놓은 65인치 올레드 TV를 작년 900만 원에서 올해 600만 원으로 33% 인하한 바 있다.

주요 모멘텀(추세 변환점)은 러시아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다.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은 ‘짝수해’에는 TV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편이다. 대형 TV 위주로 재편된 시장에서 주도권을 다투는 측면도 크다. 최근 가격 경쟁의 가장 큰 특징은 대형 TV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성장판이 닫힌 일반 TV 시장과 달리 대형 TV 성장률은 30%대를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한 대형 TV 시장에서 지배력을 다지기 위해 할인 경쟁을 감수하고 있다”며 “글로벌 TV 평균 크기와 해상도가 각각 50인치·8K로 향상되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TV에 집중한 프리미엄 전략은 한국과 중국, 일본업체간 격차를 더 벌려놓았다. 30일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TV 시장의 국가별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한국이 46.5%를 차지하며 중국(21.5%)과 일본(17.7%)을 큰 차이로 제쳤다. 업체별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6%로 1위다. LG전자와 일본 소니가 각각 17.9%와 9.1%로 뒤를 이었다. 4, 5위인 중국 TCL(5.8%)과 하이센스(5.3%)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뒷걸음질 쳤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