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2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장관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유럽 순방 중에 “장관들 평가가 있었다. 부분 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 협의를 했다”고 밝힌 것이 새삼스럽지도 않을 정도다. 장관들의 역량이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만들어냈다고 본다면 큰 착각이다. 야당의 지리멸렬이 가장 큰 요인이고, 탄핵 당한 지난 정부에 대한 실망의 여파가 아직 이어지는 데 따른 반사 효과도 있다. 실제로는 장관들 중 몇 사람이 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제 역할을 하는 장관이 거의 없다는 평가가 여권 내부에서도 나온다.

롤러코스터처럼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 때문에 국민 관심에서 뒤처져 있지만 국정 난맥과 실책, 엇박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입시 문제조차 결정을 못해 공론화위원회에 떠넘기는 등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여러 차례 청와대의 경고를 받았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변방만 돌고 있는 듯하다. 미세먼지와 재활용 쓰레기 대란, 노조 편향의 고용 정책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미투 운동이 확산될 때도 여성가족부 장관은 침묵을 지켰다. 안희정 충남지사 등 여권 및 진보 인사들이 많이 연루됐기 때문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다.

장관을 자주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러나 이번 내각은 너무 문제가 많다. 문 대통령은 1년 전 취임사에서 “능력과 적재적소를 대원칙으로 삼고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 일을 맡기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대부분 ‘코드 인사’로 채워졌고, 부적격 인사도 많았다. 검증 과정에서 8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낙마했고, 5명의 장관은 국회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처럼 버티다 18일 만에 낙마한 사례도 있다.

청와대 참모진은 더 문제다. 인사 난맥과 드루킹 사건 등과 관련해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책임이 무겁다. 장하성 정책실장 등은 최저임금 과속과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정책 혼선에 대해 직언은커녕 변명에 급급하다. 6·13 선거 뒤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쇄신하고, 장관에게 정책·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맡기는 등 시스템도 혁신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