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워싱턴 가서 조율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하는 등 북한의 비핵화 논의가 난기류를 만났지만 남북 정상 간에 설치된 직통전화(핫라인)는 울리지 않고 있다.

이날 미국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발표로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미·북 관계까지 불확실성에 휩싸이면서 남북 정상 간 직접적인 소통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에 놓였지만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핫라인을 가동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남북, 한·미 정상 간 통화 계획에 대한 질문에 “통화 관련 일정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의 미·북 중재 행보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그간 물밑에서 대북 협상을 조율해 온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라인이 또 한 번 가동될지도 주목된다. 취소된 미·북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정부 내 남북관계와 한·미 관계의 키를 쥔 두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 원장과 정 실장은 지난 1월 1일 북한 신년사 이후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막전막후에서 활동하며 남북 관계를 중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 원장과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정 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의 물밑 회동 필요성이 커진 만큼 조만간 두 사람이 직접 워싱턴과 평양으로 건너가 미·북 정상회담 등에 대한 양 정상의 의중을 파악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