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에 대한 두려움이 우리를 잡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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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공포증요. 여전히 허공이 무서웠어요. 우리는 누구나 추락에 대한 두려움을 경험하게 마련이죠. 저는 그 두려움이 아무 일이나 저지르지 않도록 우리를 잡아준다고 생각합니다.” (168쪽)

‘네 남자의 몽블랑’(뮤진트리)의 저자인 뤽도빅 에스캉드가 말하는 두려움의 꽤 괜찮은 쓸모다. 두려움은 우리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앞뒤 분간하지 않고 낭떠러지로 추락하지 않게 잡아주기도 한다고. 그러니 어쩔 수 없는 두려움이라며 그냥 품어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그것도 그냥 살아가는 정도가 아니라 두려움을 품고 산을 오르는 것이 삶이라고 한다.

책은 갈리마르 출판사 편집자이자 출간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위원 에스캉드의 ‘몽블랑 첫 등정기’다. 책상물림에 담배와 술에 절어 있고, 수면제를 먹어야 잠을 자는 지경인 데다 아내와 이혼할 상황에 빠진 남자. 상황이 최악이다.

어느 날 그는 작가이자 모험가인 친구에게 “일상에 노예처럼 붙들려 살고 싶지 않다”고 “먼 곳으로, 아주 높은 산꼭대기까지 가고 싶다”고 말한다. 친구의 반응은 “그럼 몽블랑으로 갑시다”였다. 뤼도빅이 고소공포증이라고 백기를 흔들어 보였지만 친구의 반응은 바뀌지 않았다. 여기에 산티아고 900여㎞를 가뿐히 혼자 걸은 작가이자 의사인 친구와, 암벽등반 세계 챔피언인 친구가 가세한다. 친구들은 뤼도빅의 몸만들기부터 시작한다. 드디어 디데이. 뤼도빅은 첫날부터 힘겨운 사투를 벌이지만 일주일 만에 몽블랑 정상에 등반한다.

그 며칠 뒤, 뤼도빅의 몽블랑 등정 소식을 들은 한 예술인이, 고소공포증인데 어떻게 몽블랑에 오를수 있었는지 묻자 그는 말한다. 여전히 무서웠지만 그 두려움도 괜찮은 것이었다고.

이 네 남자는 어느 날 새벽에 빗물 홈통을 타고 노트르담에 올라가 첨탑 꼭대기를 향해 기어오른다. 정확하게 지상으로부터 90m가 넘는 높이에 앉자 파리의 풍경을 보는 뤼도빅은 그제야 자신이 그 순간 고소공포증을 느끼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삶은 때때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를 놀라운 곳으로 데려간다. 184쪽, 1만3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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