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득주도 성장’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지만 결과는 정반대

소득 증가가 소득 상위 계층에 집중된 반면 하위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해 소득 격차가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국정 제1과제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24일 내놓은 ‘가계동향 조사 결과(소득 부문)’를 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전국 2인 이상)은 476만3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분기 소득 증가율로는 2014년 1분기 5.0% 이래 가장 높다. 올해 사상 최대 폭으로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등 전반적으로 임금 인상이 이뤄진 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근로, 사업, 재산, 이전소득 등으로 구성된 경상소득은 7.5% 증가한 472만1400원이었다. 특히 근로소득이 320만4700원으로 6.1% 올랐다. 경조금이나 퇴직수당, 실비보험 수령액 등 비경상 소득은 79.2% 줄어 4만1500원에 그쳤다.

소득이 높은 구간일수록 소득 증가율은 높았다. 가구 소득 5분위(상위 20%)의 월평균 소득은 1015만1700원으로 9.3%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소득이 8.0% 줄어 128만6700원에 그쳤다.

이에 따라 소득분배 지표는 크게 악화했다. 가구원 수 증가에 따른 소득 증가 효과를 배제한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이용한 5분위 배율(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값)은 5.95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 소득의 6배에 가깝다는 얘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0.60 상승했고,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하면 무려 1.34나 치솟았다. 5분위 배율 표준 오차는 95% 신뢰 구간에 0.17이다.

소득 격차가 이처럼 커진 것은 임금 인상이 대기업, 상용직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2월 300인 이상 사업장의 임금은 18.7% 증가했다. 300인 미만 사업장 임금 증가율은 5.5%, 임시·일용직 임금 증가율은 1.0%에 그쳤다.

최저임금이 오히려 양극화를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가구원 중 최저임금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있으면 최저임금 상승이 가구 소득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소득 하위 계층에 포진한 고연령층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일자리를 잃으면서 오히려 가구 소득이 급감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가구주 연령은 평균 63.4세로, 상위 20%(5분위) 49.2세에 비해 크게 높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의 경우 설 연휴가 있는데, 대기업 상용직일수록 성과급과 수당을 많이 받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소득분배지표가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효과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은 되지만, 통계적으로 명확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5년 소득을 기준으로 물가상승 효과를 배제한 실질 가계소득은 올해 1분기 2.4% 증가했다. 실질소득은 지난해 4분기 이래 두 분기째 증가했다.

올해 가계동향조사는 전국 8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원 면접을 통해 이뤄졌다. 올해 조사 대상은 지난해 5500가구보다 확대됐다.

조해동 기자 haed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