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승용차에 태워 체포죄
“손목 긋겠다” 위협은 협박죄
징역 2년에 집유 3년 선고
여성단체 “더 엄격한 처벌을”

법원이 데이트폭력 가해자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냈다. 최근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래카메라, 유명 유튜버 성추행 사건 등을 거치며 엄격한 법 집행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법원이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더 강한 처벌로 데이트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형사 10단독 김병만 판사는 연인에게 상습적인 폭력과 위협을 가한 A(24)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댄서로 활동한 A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여자친구 B(21) 씨에게 “헤어지면 내 손목을 그어버리겠다”고 위협하는 등 데이트폭력을 행사했다.

재판부는 A 씨에게 적용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특수협박, 과실치상, 재물손괴, 감금, 체포, 방실침입 등 7가지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중 체포죄 적용은 데이트폭력 사건에선 흔치 않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A 씨는 지난해 12월 20일 B 씨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며 강제로 손목을 붙잡아 도로에 미리 주차해 놓은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밀어 넣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대해 체포죄를 적용했는데 한 법조인은 “체포죄를 유죄로 판단한 건 재판부가 데이트폭력에 대해 엄중한 법 집행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A 씨는 “내가 손목을 칼로 긋더라도 정신이 있으면 너를 놓아주겠다” “깊게 긋지 못한다면 꼭 다시 그을 것이다” 등의 메시지를 자신의 손목 사진과 함께 수차례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언행을 반복적으로 했다”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A 씨가 피해자에게 치료비 등으로 1000만 원을 지급했고, 동종 전과가 없다며 실형을 선고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강희영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데이트폭력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더욱 엄격한 처벌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 송파경찰서는 7개월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찾아가 흉기로 찔러 죽인 혐의(살인)로 C(48) 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C 씨는 23일 오전 D 씨가 살고 있는 송파구 한 빌라에 찾아가 미리 준비한 칼로 D 씨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우성·조재연 기자 applepi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