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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M·시저스 등 대형호텔들
노조원 2만5000명 노동협상
고용보장·성희롱 방지 등 요구
“내달부터 언제든 돌입” 결정
34년만에 유흥도시 마비위기

세계최대의 환락과 유흥의 도시인 라스베이거스(LV)가 34년 만에 전면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MGM, 시저스 등 대형 카지노 호텔들과 노동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카지노 종업원 노동조합이 이달 말까지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6월 1일 이후 시점을 정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의결해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파업은 자동화 시스템에 밀린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과 도시 곳곳에서 이뤄지는 상습적인 성희롱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화려한 불빛이 가득한 라스베이거스의 어두운 그늘을 말해준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 종업원 노조 회원 2만5000여 명은 22일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해 99%의 찬성으로 이달 말까지 계약 협상이 완료되지 않으면 6월 1일부터 언제든지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결정했다. 노조 회원은 총 5만여 명으로 MGM과 시저스, 벨라지오, 플래닛 할리우드, 스트라토스피어 호텔 등에 근무하는 바텐더, 요리사, 서빙 직원, 벨보이, 포터, 청소 직원들이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해당 호텔들을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전역 관광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원들이 호텔 측에 원하는 것은 임금 인상 등 노동조건 개선과 고용 보장, 안전 강화, 성희롱 대책 마련 등이다. 특히 최근 기술의 발달로 서비스직의 고용이 불안해지면서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MGM 그랜드 호텔의 벨맨으로 40년 이상 일해온 노조원 돈 리드비터는 “벌써 몇몇 바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고 손님들은 직원과 대면하지 않고도 체크인, 체크아웃이 가능하다. 라스베이거스 내 서비스직종이 모두 위험에 처해있다. 우리는 고용 보장을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계약 협상에서는 또 성희롱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노조 대변인인 베서니 칸은 “우리는 주로 서빙 직원들과 바텐더들이 손님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사례들을 다수 알고 있다”며 “호텔 측이 손님들의 성범죄에 강하게 대처하도록 계약서에 적시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6월 중 파업을 결의했지만 언제 실시할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AP통신은 “노조의 파업 결정은 호텔 측과 협상 중인 노조 대표단에 커다란 협상 카드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002년에도 노조는 파업을 결정했지만 호텔 측과의 합의에 성공해 실제 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 대규모 파업이 마지막으로 일어난 것은 1984년으로 67일간 계속돼 32개 호텔 및 리조트에서 영업이 중단됐다. 손실액도 수천만 달러 이상이었던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MGM과 시저스 등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노조와 계속 대화를 이어갈 것”이라며 “쟁점들을 모두 해결하고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