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콘테 총리지명자 승인
상하원 신임투표… 통과 유력
포퓰리즘 정부 탄생 초읽기

‘학력 위조’ 논란이 일었던 주세페 콘테(54) 이탈리아 총리 지명자가 23일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80여 일간의 무정부 상태는 막을 내렸지만 국가 재정에 막대한 압박을 줄 수 있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조 마타렐라(76) 대통령은 이날 콘테 지명자를 대통령 관저인 퀴리날레궁에서 만나 2시간여의 ‘마라톤 면담’ 끝에 정부 구성 권한을 줬다. 이로써 콘테 지명자는 내각 구성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콘테 지명자는 지난 13일 연정 협상을 타결지은 반체제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공동 추천한 총리 후보다. 현재 피렌체대 법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총선 전 오성운동이 발표한 내각 후보 명단에 공공행정·탈관료주의 부처 장관으로 이름을 올린 것 외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이다. 뉴욕대, 케임브리지대 등 해외 유명 대학에서 연구한 경력을 위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낙마 위기를 겪기도 했다.

콘테 지명자는 대통령과의 면담 이후 “이 궁전 밖에는 새 정부와 그에 대한 답변을 정당하게 기다리는 나라가 있다. 지금 막 태어나려는 것은 바로 ‘변화의 정부’”라며 “유럽과 국제무대에서 이탈리아 민중의 변호인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연합(EU)과의 협상을 포함해 지금 이 시점에서 이탈리아의 외교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고 있다며 “나는 이탈리아의 유럽에서와 국제사회에서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콘테 지명자는 앞으로 조각을 완료한 뒤 내각 명단을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차기 정부는 이후 상·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쳐 공식 출범하게 된다. 오성운동과 동맹의 합계 의석은 상원 167석(총 320석), 하원 347석(총 630석)이라 통과가 유력하다.

국제사회는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 탄생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타결지은 국정운영안은 소득 수준에 따라 15% 또는 20%의 단일 세율 채택, 연금 지급 연령 하향 등 복지 확대, 세금 인하 등이다. 연간 추가로 필요한 돈만 1000억 유로(약 126조3720억 원).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공약이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