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간필요하면 아주 단기간”
일괄타결식 해법 재확인

“체제보장” “남한처럼 지원”
비핵화 보상체계도 구체화

北 단계방식과 여전히 격차
‘文 어떤 대안 내놨나’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일괄 타결식 초단기 비핵화’ 방식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설 경우 체제·정권 안전보장과 미국뿐 아니라 한·중·일의 경제적 지원이 있을 것이라면서 보상체계도 더욱 구체화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6·12 미·북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처음 흘리면서 미·북 간 비핵화 방식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에 이어 이날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가 원하는 조건이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 방식을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일괄 타결식(all in one)이 더 좋으며, 물리적 이유가 있더라도 단기간에(very short period of time)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검증에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이전에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완료돼야 한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계획과도 유사하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이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 안전보장+경제적 번영 지원’이라는 보상체계도 구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번영을 이룬 ‘남한 모델’을 다시 언급하면서 “수조 원을 남한에 지원했고 남한은 이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한 나라가 됐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했다. 북한 체제뿐 아니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도 “처음부터 이야기해 왔던 것”이라면서 보상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무한정 낙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신호도 나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비핵화 방식을 놓고 미국의 ‘일괄 타결식’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입장이 여전히 충돌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비핵화 범위에 생화학무기와 미국 핵우산·한미연합훈련 중단이 동시에 포함될지도 핵심 포인트다. 샌더스 대변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분명히 다뤄질 것이라고 언급한 북한 인권문제도 중요 변수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날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간담회에서 “성공적 회담이 되도록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아직 미·북 정상회담 개최에 무게중심이 놓여 있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 ‘디테일의 악마’에 발목이 잡힐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안에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향후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 및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