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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페로 교수, 자신이 만든 ECC 10돌 맞아 梨大 강연

“地下가 고립됐다는 건 편견
지하 ‘탈악마化’가 내 작업
서울시 자문 맡아 활용 고민”

“사람들은 보통 지하에서 나오는 것은 어둡고 불편하다고 인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하 공간을 ‘탈악마화’ 하는 작업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화여대의 랜드마크인 이화캠퍼스콤플렉스(ECC)를 만든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사진)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가 17일 ECC 건립 10주년을 맞아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린 강연에서 “지하는 우리와 밀접한 공간”이라고 규정했다. 2008년 완공된 ECC는 국내 최대 지하캠퍼스로 조성됐으며 연면적 약 6만6000㎡(2만 평), 6층 규모의 캠퍼스가 모두 지하 공간에 있는 건축물이다.

페로 교수는 지하의 공간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지하는 사실 외부로부터 우리를 격리하고 보호하는 기능을 하고 여러 다양한 연계를 만들어주는 곳”이라며 “지상과도 상호 연관성이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페로 교수는 “기존의 건축물들은 지상에 위치해 개별적으로 독립된 공간으로 여겨졌다면 건축물을 지하에 만들어 지상과 지하를 연결할 수 있다”며 “지하 건축물은 고립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공동체의 네트워크를 실현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페로 교수는 ECC 설계를 비롯한 자신의 건축 활동이 자연과의 조화, 타인과의 공유된 생활을 이뤄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각자 자기 혼자만을 위한 구멍을 팠고, 이웃과 연결되지 않았다”며 “이화여대에서 한 작업은 같이 공간을 준비하고, 지하로 구멍을 파고 공유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존 캠퍼스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진 조망을 만들면서 동시에 외부로 이어져 있어 통로 역할도 한다”며 “ECC가 만들어낸 경관을 통해서 다양한 네트워크가 발전하며, 그것이 건물과 건물을 연결한다”고 ECC 설계에 의미를 부여했다.

페로 교수는 프랑스 파리 시테 섬, 프랑스 대도서관 등 지하의 활용도를 높인 공간과 건축물을 보여주며 자신이 자문을 맡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조성 계획도 공개했다.

페로 교수는 “역사적 건축의 틀은 유지하되 현대적 활동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며 “기존 지하철역과 시청 앞 광장을 연계해 활용하는 방안을 도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광장의 일부를 파내서 도서관과 시청의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광장의 지면이 위에서 보면 카메라 조리개처럼 열렸다 닫혔다 할 수 있도록 변모시킬 것”이라고 구상을 선보이기도 했다.

윤명진 기자 jinieyoon@munhwa.com